[밀레니엄특집]중. 새 천년 한국스포츠 `문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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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스포츠에 밀려오는 외인부대 -

다가오는 새 천년 체육계에 더이상 쇄국정책은 없다. 80년대 중반부터 외국인선수에게 조심스럽게 쪽문을 열었던 국내 스포츠는 국제교류가 더욱 활성화될 21세기에는 아무런 조건없이 문호를 개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선수만을 고집하던 때는 이미 지나갔고 국경의 장벽이 허물어진 최근 추세속에 더이상 외국인선수 영입을 거절했다가는 우리 선수의 해외진출에 제약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905년 선교사 필립 질레트가 국내에 처음 야구와 농구 등 근대스포츠를 소개한 이후 한국은 70여년 동안 안방에서 `토종' 끼리만 우열을 가려왔고 외국인의 발길을 거부했다.

그러나 80년대 각종 스포츠의 프로화가 추진되면서 경기력 향상을 통한 팬들의 관심 증대를 위해 더 이상 용병 수입을 미룰 수가 없었다.

국내에 외국인선수를 처음 선보인 종목은 프로축구였다. 프로축구는 출범 이듬 해인 84년 네덜란드 출신 스트라이커 렌스베르겐을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외국인 선수를 들여와 해외용병시대를 주도했다.

현재는 팀 당 5명의 해외용병을 보유하고 3명까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어 가장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다.

`오빠부대'의 성원을 등에 업고 97년 탄생한 프로농구는 출범과 동시에 해외용병들을 데려 왔다. 팬들은 이미 안방을 파고 든 위성 TV를 통한 미국프로농구(NBA)의 화려한 플레이로 눈높이가 높아졌으나 국내 농구 수준은 세계 정상권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명색이 프로스포츠인데 언제까지 여고생들만을 상대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프로농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 연간 최다관중을 동원하는 프로야구도 90년대 후반 국내 우수선수들이 미국이나일본으로 대거 빠져나가 선수 수급에 차질을 빚자 더이상 '혈통주의'를 고집할 수없게 됐다.

프로야구는 97년 11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처음 트라이아웃 캠프를 열고 외국인선수를 선발, 국내의 3대 프로스포츠는 모두 해외용병시대를 맞이했다.

스포츠에서 적지않은 외화를 지불하면서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력을 향상시켜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외국인보다 월등하다면 그들을 굳이 영입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축구와 야구, 농구 등 국내 인기 스포츠의 국제 경쟁력은 특정 선수 몇몇을 제외하면 취약하기 그지 없다. 축구의 경우 국내 신인 계약금에 못미치는 몸값으로도 동유럽의 우수선수를 뽑아올 수 있고 농구는 미국의 대학 선수만 데려와도 팀 전력이 달라진다.

야구 역시 마이너리그를 포함해 중남미 지역에 국내선수보다 훨씬 싼 값에도 기량은 뛰어난 선수들이 우글거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초 몸값 상승을 우려해 외국인선수를 기피했던 대부분의 구단주들이 용병들을 선호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한정된 자원속에 치열한 스카우트 경쟁을 벌여야만 했던 국내 팀들은 외국에서 적은 돈으로 우수선수를 뽑다 보니 스카우트 비용이 오히려 절감됐다. 그동안 지나치게 부풀려졌던 국내 선수들의 몸 값에서 어느정도 거품이 걷히게됐다.

팬들 또한 외국인선수에 대한 거부감보단 본고장 출신들의 화려한 플레이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반면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진 선수들은 더러 불만을 터뜨리고 있지만 하루빨리 실력을 향상시켜 급변하는 추세에 적응하는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지 국내 스포츠는 자국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팀별로 외국인 선수 보유를 제한하고 있지만 21세기에는 장담할 수 없다. 국내 선수들이 너도 나도 외국으로 진출하는 마당에 우리만 외국선수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스포츠 최강대국인 미국은 새 천년에 자국 선수들의 해외 취업을 보장하기 위해 국내 스포츠 시장에 대한 무조건 개방압력을 언제 가해 올지 모른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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