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살리고 건강도 살리는 중남미 농산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07호 18면

남미 대륙의 ‘척추’인 안데스의 산악지대에서 자라는 농산물 일부가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박태균의 식품이야기

야콘이 대표적이다. 전국적으로 447 농가에서 재배되고 있다(2009년 통계, 면적 166ha). 단위면적당 생산량·소득액이 같은 서류인 감자·고구마의 2∼3배에 달해 농가에선 ‘효자 상품’이다.

안데스 원주민에게 야콘은 ‘땅에서 캐는 배’다. 식감이 부드럽고 사각거리며 단맛이 배처럼 시원하게 느껴져서다. 우리나라엔 1985년 들어왔다. 덩이뿌리뿐만 아니라 잎도 식용이 가능한데, 어린잎은 샐러드용, 수확기의 잎은 차로 이용한다.

고구마처럼 뿌리를 먹는 작물의 당질(탄수화물)은 전분의 형태로 저장되는 것이 보통이다. 야콘은 당질을 프락토올리고당(올리고당의 일종) 형태로 지닌다.

야콘의 영양상 장점도 ‘웰빙 탄수화물’인 프락토올리고당이 100g당 8~10g이나 들어 있다는 것. 설탕·과당·포도당 등 단순당이 혈당을 급하게 오르내리게 하는 것과는 달리 올리고당은 혈당 조절에 이로운 당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 추천되는 것은 이래서다.

올리고당은 변비 예방 등 장 건강도 돕는 성분이다. 비피더스균·유산균 등 장내 유익 균의 먹이가 돼 주기 때문이다.

열량(100g당 57㎉)이 같은 무게의 감자 수준(66㎉)으로 고구마(128㎉)보다 훨씬 낮다. 식이섬유도 풍부해 다이어트 식품으로 평가된다.

농촌진흥청의 연구에선 노화의 주범인 유해(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이 야콘에 풍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고랭지에서 재배된 것이 평지 산에 비해 폴리페놀·올리고당 함량도 높다.

야콘 잎은 혈당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국제감자연구소 자료). 야콘 분말을 실험동물(쥐)에게 제공한 국내 연구에서도 비만과 콜레스테롤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한국식품영양식량학회지 2010년 39권).

튀기거나 삶거나 볶거나 즙을 내어서도 먹지만 생으로 껍질을 벗겨 과일처럼 깎아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칩으로 만들어 간식으로 제공해도 좋다. 야콘 머핀·막걸리(야콘즙 첨가)·와인·한과 등도 선을 보였다.

아마란스(amaranth)는 일년생 작물로 전 세계에 60여 종이 있으나 이중 일부만 상업적으로 재배된다.

아마란스는 재배종과 야생종으로 분류된다. 잎은 차나 나물로 이용 가능하다. 이 중 종실용은 고대 페루와 멕시코가 원산이며 피·조 등과 같은 잡곡의 일종으로 보면 된다(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윤영호 박사). 국내 고랭지 지역에서 시험 결과 10a당 생산량이 300㎏이 넘을 정도로 다수확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국내에서 아마란스를 직접 재배하는 농가는 찾기 힘들다.

영양상 특성은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에 버금갈 만큼 고단백질 식품(100g당 15.7g)이라는 것이다. 단백질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인 단백가가 80 정도로 완전식품으로 통하는 계란(94)·우유(85)보다는 낮지만 콩(71)보다는 높다. 특히 대부분의 곡물에 부족한 아미노산인 라이신 함량이 밀의 두 배, 옥수수의 세 배가량이라는 것이 눈길을 끈다. 칼슘 함량도 ‘칼슘의 왕’이라는 우유보다 높다. 또 식물성 스테롤을 함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인디오의 쌀’로 불리는 퀴노아(quinoa)도 고단백질 식품이다. 피·조·율무·기장 등에 비해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 함량이 높다.

이 밖에 땅속에서 열리는 콩 아피오스, 형형색색의 덩이뿌리 작물인 우유코(ulluco) 등 안데스의 식물들도 국내 개발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