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행렬 속 황우석 … 리비아에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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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를 탈출해 이집트 카이로 공항에 도착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황 전 교수는 리비아에 머물렀던 이유에 대해 침묵했다. [카이로=송지영 통신원]


황우석(59) 전 서울대 교수도 리비아에 갇혀 있었다. 황 전 교수는 25일 오전 11시30분쯤(이하 현지시간) 이집트의 카이로 공항에 모습을 보였다. 한국 정부가 리비아의 트리폴리 공항으로 보낸 이집트항공 전세기에 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황 전 교수는 왜 리비아에 갔는지, 그곳에 얼마 동안 체류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대신 “리비아에 가끔 간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의 옆에는 신분을 알 수 없는 20대 남성이 함께 있었다.

 황 전 교수는 함께 리비아에서 ‘탈출한’ 한국인 근로자들이 주이집트 한국 대사관 직원들에게 전세기 투입 지연 등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자 “(대사관 직원들이) 식사도 거르며 우리를 돕지 않았느냐”며 만류하기도 했다. 몇 시간 뒤 황 전 교수는 카이로 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로 가는 항공기에 탑승했다.

황 전 교수는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으로 2006년 서울대 교수직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서울고법에서 연구비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수암생명공학연구원에서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이집트항공 에어버스 330기가 오전 4시30분쯤 리비아 트리폴리 공항에 착륙해 교민들을 태운 뒤 카이로 공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에어버스 330기의 탑승 가능 인원은 260명이며, 실제 탑승한 교민은 황 전 교수를 포함해 198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또 대한항공 B747 여객기(330석 규모)가 로마를 거쳐 트리폴리에 착륙, 교민들을 태운 뒤 한국시간으로 26일 오후 5시5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집트항공과 협의해 300석 규모의 전세기 한 대를 트리폴리와 동부 벵가지 사이에 있는 수르테 지역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수르테 지역에는 우리 국민 최소 68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25일 “오늘까지 리비아에 체류했던 우리 국민은 1069명인데 앞으로 모든 인원이 성공적으로 빠져나오면 현지에 575명이 남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일부 기업에서는 시설 방어 목적으로 핵심 인원은 잔류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카이로 글·사진=송지영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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