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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브라질 엔진’ 달고 남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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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현대자동차가 브라질을 정조준했다.

 현대차는 26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북서쪽으로 160㎞ 떨어진 피라시카바(Piracicaba)시에서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연산 15만 대 규모의 남미 첫 완성차공장이다. 현대차는 6억 달러를 투자해 2012년 12월부터 브라질을 겨냥한 전략 소형차를 양산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엔 브라질 야당의 거물 제라우두 알키민(Geraldo Alckmin) 상파울루 주지사를 비롯해 바르자스 네그리 시장과 현대차 신종운 부회장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로써 현대차는 인도(1999), 중국(2002), 러시아(2010)에 이어 브릭스(BRICs) 4개국 중 마지막으로 브라질에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

 브라질은 지난해 독일을 제치고 중국·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4위 자동차시장으로 부상했다. 2015년께는 일본마저 앞지를 기세다. 더욱이 브라질은 남미 자동차시장의 심장이다. 남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다. KOTRA 김두영 남미지역총괄은 “남미 자동차시장을 공략하려면 브라질부터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을 둘러싼 글로벌 기업 간 공방전도 뜨겁다. 전통적으로 유럽·미국회사의 안방이었던 브라질은 2000년대 들어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한국과 일본 자동차회사의 거센 추격이 시작됐다. 혼다·도요타는 200만 명이 넘는 일본계 이민자를 등에 업고 브라질시장을 파고들었다. 이와 달리 현대차는 참신한 디자인으로 승부했다. 2005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에 이어 2009년 선보인 해치백 스타일 준중형차 ‘i30’은 현대차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브라질에선 소형차가 강세다. 게다가 브라질 시장엔 수입차업체가 넘기 어려운 벽이 있다. 수입차엔 35%의 관세가 붙는다. 여기다 휘발유와 에탄올을 섞어 쓰는 엔진을 단 차가 전체의 90%를 차지하는 독특한 시장구조도 장애물이다. 현대차가 피라시카바에 소형차 현지공장을 짓기로 한 건 이 때문이다. 틈새시장이 아니라 정중앙을 겨냥해 정면승부를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업체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피아트·폴크스바겐·포드는 앞다퉈 기존 공장 증설과 새 공장 착공에 착수했다. 현대차에 밀린 닛산도 소형차 생산공장 건설을 타진 중이다. 중국의 추격도 거세다. 지난해 상반기 브라질에 진출한 외국 브랜드 10개 중 8개는 중국산이었다.

 현대차 이화원 이사는 “남미를 공략하자면 브라질에서 기존 업체와의 정면승부는 피할 수 없다”며 “i30 바람과 신형 투싼·쏘나타 출시와 함께 브라질을 겨냥한 소형차 현지생산으로 올해 9만2600대를 팔아 수출 누계 200만 대를 돌파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상파울루·피라시카바(브라질)=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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