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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남편 구속됐지만…증거 없어 '미제' 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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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만삭의 부인 박모(29)씨를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남편 백모(31·레지던트)씨를 24일 구속했다. 사건 발생(지난달 14일) 40여 일 만이다. 1차 영장 신청 당시 “사고사의 가능성이 있다”며 기각했던 법원은 2차 신청 때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이를 두고 수사 관계자들 사이에선 “경찰이 초동수사를 잘했거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를 제대로 이해했더라면 1차 신청 때 영장이 발부됐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백씨가 결백을 주장하고 있고 현재까지 범행을 입증할 직접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차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이 발부된 데는 “손으로 목이 졸려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의견서가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수 관계자는 “1차 실질심사 당시 경찰이 백씨 변호사의 ‘목이 졸려 숨졌다면 손가락 자국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1차 심사 때도 우리는 분명히 ‘타살’ 소견을 냈다”며 “목이 졸렸더라도 겉으로 손가락 자국이 남지 않을 수 있는데 경찰이 이런 부분에 대해 전혀 준비를 하지 않고 영장이 기각된 뒤에야 물어봤다”고 말했다. 경찰이 안방 침대에서 피해자의 혈흔을 발견한 것도 영장 기각 후 보강수사를 하던 과정에서였다. 2차 현장검증을 앞두고 피의자 백씨가 집을 드나들 수 있도록 허용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초동수사 부실과 과학수사에 대한 이해 부족은 미제 사건을 낳는 주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미제 사건으로 남은 1995년 ‘듀스’ 출신 가수 김성재 사망사건과 치과의사 모녀 살해사건을 모두 지휘했던 안원식 전 검사는 “전문 검시요원이 최초 현장에 동행했다면 풀렸을 사건”이라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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