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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최대 비거리 내는 비밀 찾았습니다 … 드라이브샷 순간 +5도 올려 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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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물리학자인 김선웅 교수가 골프클럽을 들고 헤드 속도에 따라 최대치의 거리를 낼 수 있는 최적 공격 각도(attack angle)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드라이버를 새로 바꾸지 않고도 지금보다 20~30야드의 거리를 늘릴 수 있다면 믿겠습니까. 지난 40년 동안 물리학자로 살아온 한 노교수는 드라이브샷을 멀리 날릴 수 있는 ‘최적의 공격 각도(attack angle)’를 찾아냈다고 주장합니다. 이번 주 golf&은 고려대 과학기술대학 디스플레이·반도체 물리학과 김선웅(66) 명예교수를 만나 드라이브샷 거리를 늘리는 비결을 들어봤습니다.

“교수님, 아니 이럴 수가 있나요? 28야드가 더 늘어났어요.”

“놀랍죠. 헤드 스피드를 늘리지 않고도 지금보다 20야드 이상 더 날릴 수 있다는 얘깁니다.”

얼마 전 전북 전주에 사는 조중삼(40·피팅숍 운영)씨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구력 11년의 조씨는 헤드 속도가 프로 수준인 약 110마일이지만 드라이브샷의 평균 비거리는 240야드 안팎이었다. 그런데 김선웅 교수의 조언에 따라 스윙을 했더니 드라이브샷 거리가 무려 30야드 가까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조씨는 지난 연말께 서울의 한 피팅센터에서 진행된 ‘드라이버 헤드 속도에 따른 최적의 공격 각도와 비거리의 상관관계(KH Golf Profiler)’라는 실험 테스트에 참여했다. 2년 전 한 골프회사의 피팅스쿨을 함께 다니면서 알게 된 김선웅(피팅기술사) 명예교수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김 교수가 어떤 조언을 해줬기에 이런 변화가 생긴 것일까.

김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KH골프 프로파일러)을 통해 조씨가 임팩트 때 드라이브샷 공격 각도가 매우 가파르다(-4.5도)는 사실을 발견했다. 조씨는 올려 쳐야 하는 드라이브샷을 아이언샷처럼 찍어 치고 있었던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스윙 구조의 조씨에게 드라이브샷의 공격 각도를 +3도까지 끌어올리도록 주문했다.

“아니, -4.5도의 공격 각도를 한순간에 +3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나요?”

조씨는 당시 김 교수에게 이렇게 반문했다.

그러나 김 교수가 제시한 방법은 너무 간단했다. 김 교수는 조씨에게 평소 왼발 뒤꿈치 안쪽 선상에 놓았던 볼 위치를 왼쪽 엄지발가락 선상(볼 2개 정도)으로 옮겨놓고 칠 것과 C자형 피니시를 요구했다. 그 결과 공격 각도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3도 까지 높아졌다. 볼은 최적의 런치각(launch angle·볼이 클럽헤드를 떠날 때 지면과 이루는 각)을 만들어내며 270야드 지점을 통과했다. 조씨는 요즘 이 방법대로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

8년 전 일이다. 40년을 물리학자로 살아온 김 교수는 지난 2003년 4월 58세의 적잖은 나이에 골프에 입문했다. 테니스 구력 30년째인 이 노교수는 당시 운동을 마치고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한 친구가 자랑 삼아 떠드는 골프 얘기가 못내 귀에 거슬렸다고 한다.

“야, 테니스도 잘 못 치는 주제에 웬 골프 얘기야.”

“요즘은 골프가 대세야. 그것도 모르냐.”

김 교수는 친구에게 한마디를 했다가 더 큰 핀잔을 들었다. 그 무렵 사회적으로 골프 붐이 일면서 골프 얘기를 하는 동료 교수들도 많았다고 한다. “도대체 골프가 뭐기에?” 궁금증을 참지 못한 김 교수는 결국 학교 근처 골프연습장에 등록했다. 테니스와 20년 동안 스키를 타면서 단련된 하체근력은 그의 골프 실력을 빠르게 향상시켰다.

그렇게 늦깎이 골퍼가 된 그는 그로부터 6개월 뒤 곤지암 골프장에서 처음으로 라운드를 했다. 지금까지 김 교수의 베스트 스코어는 81타다. 처음 3~4년 동안은 골프에 푹 빠져 지냈다.

“한번 일을 시작하면 푹 빠지는 성격이거든요. 그때 트리거 핑거(trigger finger)에 걸려 고생도 많이 했어요.”

김 교수는 왼손 새끼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처럼 구부러져 펴지지 않는 트리거 핑거 증상으로 1년 동안 4곳의 정형외과를 전전하기도 했다. 그러다 ‘골프 스윙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생각 끝에 2007년 골프 이론서까지 출간했다. 골프의 원리를 과학으로 풀어낸 책이다. 김 교수는 이 시기에 골프에 더 깊게 빠졌다. 물리학자답게 ‘똑같은 힘이나 스피드지만 어떤 각도로 어떻게 치면 볼을 더 멀리 보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파고들었다. 또 세계적인 톱플레이어들의 스윙 데이터를 보면서 공통점을 발견하고자 노력했다.

2008년 ‘2차원 골프볼 궤적 프로그램’을 개발했지만 이것만으론 답을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2009년 체육과학연구원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1년여의 노력 끝에 지난해 6월 ‘3차원 골프볼 탄도 및 골프클럽 피팅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김 교수의 연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홍승우(29·고려대 전산학과 석사)씨와 함께 지난 연말 이를 한 단계 더 진화시킨 ‘KH 골프 프로파일러’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 프로그램은 3월 일반인에게도 선보일 예정으로 골퍼의 ‘헤드 속도’와 ‘비거리’만 가지고도 ‘공격 각도’를 산출해 스윙의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특히 공격 각도의 값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지금보다 몇 야드를 더 칠 수 있다는 것까지 계산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드라이브샷은 공격 각도가 +5도일 때 최대치의 비거리를 이끌어 낼 수 있어요. PGA 및 LPGA 투어의 4년치 데이터를 분석하고 국내에서 2000번의 테스트를 통해 얻어낸 결과죠.”

김 교수에 따르면 아마추어 골퍼들의 드라이브샷 공격 각도는 평균 -2도 이상이다. 각도가 마이너스란 것은 위에서 아래로 찍어 친다는 뜻이다. 반대로 각도가 플러스란 것은 올려 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최대의 비거리를 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각도는 ‘+5도’란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즉, 헤드 속도가 100마일인 골퍼가 로프트 10도짜리 드라이버를 이용해 공격 각도 -2도로 스윙을 하면 그 최대 비거리는 226야드밖에 나지 않는다. 하지만 똑같은 조건에서 공격 각도를 +5도로 높이게 되면 19야드가 더 늘어난 245야드까지 날릴 수 있다고 한다. <표 참조> PGA 투어 최장타자(평균 314.8야드)인 버바 왓슨(미국)의 드라이브샷 공격 각도는 평균 +6도이고, 타이거 우즈(미국)는 드라이브샷을 멀리 보내고자 할 때는 공격 각도를 높이기 위해 볼의 위치를 왼발 뒤꿈치 선상보다 2~3개 정도 더 앞쪽에 놓는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아이언샷은 드라이브샷과는 반대로 공격 각도가 마이너스(남자는 -3.1~-5.0도, 여자는 -1.7~-2.8도)가 되도록 찍어 쳐야 더 멀리 보낼 수 있어요. 그것은 스핀량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죠. 우드샷 때는 쓸어 치라고 하지만 프로들의 실제적인 공격 각도는 -2.9~-3.5도(여자는 -0.9~-3.0도) 수준입니다. 쓸어 치는 게 아니라 우드도 찍어 친다는 뜻이죠.”

노년의 김 교수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골프를 단지 이 수치로만 해결할 수는 없지만 드라이브샷의 거리를 늘릴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각도를 검증해 낸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글=최창호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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