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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동성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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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지난해 10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나왔다. 10대 동성애(同性愛) 청소년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동성애 사실로 놀림 받던 13세 애시 브라운이 권총 자살하고, 18세 타일러 클레멘티가 다리에서 몸을 던진 게 계기였다. 클린턴은 동성애자란 이유로 ‘왕따’ 당한 청소년들의 자살을 애도하며 국민에게 편견과 증오의 극복을 주문했다. 아울러 “괴롭힘을 당하고, 외로움을 느끼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이를 견뎌내고 도움을 요청하라고 당부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인류에게 동성애가 단절된 적은 없다. 창세기 속 타락한 도시 소돔에서도 동성애가 행해졌다. 동성애를 뜻하는 소도미(sodomy)란 말이 생긴 까닭이다. 그리스·로마 시대엔 동성애가 일반적 사회현상이었다. 앨프리드 킨제이가 1948년 남성 5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동성애 경향을 보여준다. 남성의 13%가 16~55세까지 최소 3년 동안 동성애 경향을 보이고, 4%는 평생을 동성애자로 일관한다는 거다.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의 역사도 그만큼 길다. 동성애는 가장 오래된 죄악이란 인식이다. 성서부터가 그렇다. 레위기에서 동성애는 ‘가증한 일’이고, 로마서에선 ‘합당치 못한 일’로 모두 사형에 처하라고 한다. 이런 호모포비아는 10대 동성애자들을 제물로 삼는다. ‘나는 아무 가치가 없다’ ‘동성애자인 것보다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자라게 한다. 이들의 자살은 ‘내면화된 호모포비아의 산물’인 셈이다.

 동성애자로서의 인식은 보통 10~18세 사이에 이뤄진다고 한다. 양성애적 성격이 남아 있어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시기다. 자신의 성적 성향을 섣불리 단정해 동성애자 행위를 해서는 곤란한 이유다. 동성애 성향의 청소년들은 동년배나 성인들로부터 신체적·언어적 학대를 당하는 경험을 하기 십상이다. 학업 포기와 약물남용, 가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은 그래서다.

 동성애자 모임에서 탈퇴했다는 이유로 또래 학생을 집단 폭행한 10대 1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중 10명이 중학생이란다. 주말을 이용해 집단 동성애 모임을 가져 왔다고 한다. 성 정체성에 대한 착각이든, 아니면 진지한 고민의 결과든 이건 아니지 싶다. 이성애자(異性愛者)의 성 문란이 용인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에서다. 10대 간 동성애가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라며 방치한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

김남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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