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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무엇일까 … 물었다 … ‘그림책 노벨상’이 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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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글을 쓴 김희경 작가(왼쪽)와 그림을 그린 폴란드 화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한국 출판계에 경사가 생겼다. 동화작가 김희경(34)씨의 『마음의 집』이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도서전인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이 선정하는 라가치(Ragazzi)상 논픽션 부문 대상을 받았다고 출판사 창비 측이 23일 전했다. 라가치상은 어린이 책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마음의 집』은 마음을 집에 비유해 쓴 철학 그림책이다. 김씨가 글을 쓰고, 폴란드 화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51)가 그림을 그렸다.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마음은 어떤 것일까’ ‘마음의 주인은 누구일까’ 등을 묻고 있다.

 “마음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집과 같아/큰 집에 사는 욕심쟁이/평생 한 집에만 사는 고집쟁이/매일매일 집 모양을 바꾸는 변덕쟁이처럼/마음의 집은 모양도 크기도 다 달라/백 사람이면 백 개의 집이 생기지….”

 김 작가는 마음과 집을 어떻게 연결시켰을까. 그는 전화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마음이 무너진다’ ‘마음이 열린다’라고 말하잖아요. 생각해보니 마음이 건축이더라고요. 문도 있고, 창문도 있고, 부엌도 있고요”라고 말했다.

 이런 생각은 책에 고스란히 녹아 들었다. “친구와 다투면 10계단, 엄마한테 혼나면 100계단, 더 힘든 일을 맡으면 1000계단(그만큼 마음이 힘들어진다는 의미)” “아무리 올라가도 끝이 안 보이는 계단도 있다” “어떤 사람은 마음의 부엌에서 멋지게 요리해서 다른 사람에게 주지만, 요리가 영 서툰 사람도 있다” 등이다. 사람들 마음은 각기 다르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서로 보듬어줘야 한다는 메시지다. 김씨는 그림작가 흐미엘레프스카를 2009년 볼로냐 도서전에서 만났고, 그림작가는 김씨의 글을 읽고 영감을 얻어 그림 그리기를 자청했다.

 심사위원단은 도서전 홈페이지에서 “이 책은 한 편의 우아한 시다. 소리 없이 울림만으로 이야기를 전한다”고 평가했다.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이미지와 암시적으로 표현된 내용은 읽는 이에게 철학적인 대화를 이끌어낸다고도 했다. 또 “세상에 대한 상상력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어린이 문학의 명예”라고 극찬했다.

 김씨는 이화여대에서 철학, 같은 대학원에서 현대미술사를 전공했다. 현재 삼성리움미술관에서 어린이 프로그램 기획자(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특히 시각장애 어린이에 대한 관심이 크다. 어린이 점자그림책 『점이 모여 모여』 『나무를 만져보세요』 등의 기획에도 참여했다.

이은주 기자

◆라가치상=어린이 출판계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린다. 세계의 아동 관련 출판사·저자·에이전트 등이 모이는 볼로냐 도서전에서 해마다 픽션·논픽션 등 네 개 분야에서 각각 대상 1권, 우수상 2~3권을 선정한다. 그간 한국 은 다섯 차례 우수상을 수상했으나 대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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