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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저축은행중앙회 6조원 ‘실탄’ 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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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가 마련한 저축은행 안정화 대책의 핵심은 ‘자금 확보’다. 충분한 유동성 공급만이 시장 불안을 잠재우고 신속하게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고객들의 예금 인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우선 저축은행중앙회에 예치돼 있는 3조원의 지급 준비금을 저축은행이 필요로 할 경우 즉시 현금으로 내주도록 했다. 각 저축은행들이 예금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중앙회에 예치하게 돼 있는데 이 돈을 즉각 쓰겠다는 얘기다.

 여기에 중앙회는 3조원의 ‘총알’을 추가로 준비했다. 중앙회가 정책금융공사 및 4개 시중은행(우리·국민·신한·하나은행)과 크레디트 라인(신용공여한도)을 개설해 2조원의 돈을 빌릴 수 있게 했다.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1조원의 유동성을 직접 공급받는다. 중앙회 하태원 금융산업팀장은 “고객 예탁금 3조원 외에 추가로 3조원의 자금을 확보한 만큼 저축은행의 유동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5000만원까지 예금을 보장해주는 예금보험공사도 ‘실탄 확보’에 나섰다. 예보는 저축은행들의 지급 불능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우선 예보기금 계정 간 차입을 추진할 방침이다. 예보기금은 은행·보험사·저축은행 등이 예금자보호를 위해 모아 놓은 돈을 권역별로 따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 계정은 이미 2조8000억원이 적자다. 그 때문에 은행·보험사가 모은 계정에서 돈을 꾸겠다는 것이다. 이승우 예보 사장은 “현재 50%인 다른 계정(은행·보험사 등의) 차입 한도를 95%까지 늘리면 5조5000억∼6조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정부는 아예 예보기금에 공동계정을 만들어 저축은행을 지원할 방침이다. 은행·보험·증권사 고객들이 내는 예금보험료의 절반을 공동계정에 넣고 여기에 저축은행 고객들이 내는 예금보험료 전액을 더해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사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반발함에 따라 정부는 ▶저축은행 위기가 사라지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기존 적립금은 그대로 나누고 앞으로 쌓을 적립금만 공동 계정으로 관리하겠다는 내용의 수정안도 함께 마련해 업계를 설득하고 있다. 공동계정을 통해 조성한 10조원의 자금과 구조조정 기금 5조원 등 총 20조원가량의 재원으로 별도의 공적자금 없이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이에 대해 야당은 정부가 정치적 부담이 큰 공적자금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국회 통과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민주당 측 간사인 우제창 의원은 “공동계정을 설치할 경우 리스크가 다른 업계로 확산할 수 있다”며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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