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법 좀 고쳐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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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백화점 카드로 온라인상의 같은 백화점 물건은 살 수 없다?’

 현대백화점 카드 소유자들이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인 현대H몰 현대백화점관 물건 결제가 안 돼 불편을 겪고 있다. 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임영경(39)씨도 이런 일을 당했다.

임씨는 이달 17일 현대백화점 고객서비스팀에 전화를 걸어 “현대H몰 현대백화점관에서 현대백화점 카드로 결제가 안 된다. 차라리 현대백화점관에 백화점 상품을 올리지 말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달 현대백화점 천호점에서 현대백화점 카드를 발급받은 임씨는 최근 백화점 의류매장 매니저에게서 “고객님이 사고 싶어했던 의류를 인터넷쇼핑몰 H몰의 현대백화점관에서 50% 할인해 판다”는 연락을 받고 H몰에서 구매를 시도했다. 그러나 정작 현대백화점 카드로는 결제가 불가능했다.

 현대백화점 카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1997년 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제7조다. 이 조항에 따르면 백화점 카드로는 계열사라고 하더라도 동일 법인이 아닌 경우 결제가 금지돼 있다. 즉 현대백화점과 현대H몰이 다른 법인이라서 결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현대홈쇼핑 역시 현대백화점 계열이지만 다른 법인이라서 현대백화점 카드로 결제할 수 없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임씨와 같은 불만이 일주일에도 평균 30여 건씩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 측에 이 같은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2년 반째 별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다른 백화점들은 과거 운영해왔던 백화점 카드를 포기하고 카드사와 제휴한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신세계-씨티카드’ 같은 방식이다. 유일하게 백화점 카드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 현대백화점과 갤러리아다. 그나마 갤러리아는 인터넷 쇼핑몰이 백화점과 같은 법인이라서 결제가 자유롭게 가능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여신전문금융법상 계열사에서 결제가 되지 않는 곳은 현대백화점 카드 하나로, 금융 질서 혼란 및 가계 부실 등의 부작용 우려가 없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백화점카드는 전업카드와 달라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 대부 기능이 없는 단순 구매카드라 금융질서 혼란이나 가계 부실의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일본의 경우 백화점 카드를 쓸 수 있는 가맹점의 범위나 업종 등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설명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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