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병 피하려면 음식 충분히 끓여 먹어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06호 18면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가축이 매몰된 곳의 침출수가 주변 토양이나 지하수를 오염시키면 탄저병(炭疽病) 같은 제2의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흔히 땅속에서 발견되는 탄저균이 포자(胞子·홀씨) 형태로 있다가 동물 사체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아 증식해 사람이 이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탄저균 포자는 평소에는 쪼그라들어 있다가 영양분과 수분을 만나면 터지면서 발아(發芽)하고 빠르게 증식한다.

원장원의 알기 쉬운 의학 이야기

탄저병은 ‘바실루스 안트라시스(Bacillus anthracis)’라는 균에 의한 감염을 말하며 원래는 소·양·염소·말 등 주로 초식 동물이 걸리는 전염병으로 사람은 우연히 감염된다. 탄저병은 그리스어로 ‘석탄(anthrakis)’에서 유래된 것이다. 사람이 감염되면 피부에 물집(疽)이 생기고 석탄(炭)과 같은 검은색의 딱지가 나타나는 게 특징이어서 탄저병이라고 명명된 것이다. 탄저병은 전 세계를 미생물학적 테러 공격의 공포에 빠뜨렸던 전력이 있다. 2001년 미국에서 탄저균 분말가루가 우편물로 배달돼 22명의 탄저병 환자가 발생하고 5명이 사망했던 것이다.

탄저병이 사람에게 감염되면 보통 1~7일 후에 발병하지만 60일이 지나야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이 균의 포자가 감염된 동물의 고기를 충분히 익히지 않고 먹거나 오염된 동물과 접촉하거나, 혹은 공기를 통해 포자를 흡입하는 경우에 생길 수 있다.

탄저병은 피부 감염이 가장 흔한 것으로 돼 있으나 국내에서는 위장 감염이 가장 흔하다. 그것은 탄저병으로 죽은 고기를 주민들이 요리해 나눠먹다가 집단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피부에 감염되면 빨간 피부 반점이 생기고, 점차 진행해 뾰루지가 되면서 가운데가 괴사돼 검은색 딱지가 앉게 된다. 피부 감염은 치료하지 않는 경우 사망률이 10~20% 정도지만 초기에 적절한 항생제로 치료하면 사망률은 1%에 불과하다.

위장에 탄저균이 감염되면 발열·구토·복통 등이 나타나고 출혈이 있을 수 있다. 위장 감염은 사망률이 25~60%에 달하며 항생제 치료가 질병의 진행 억제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가장 무서운 것은 탄저균의 호흡기 감염인데 사망률이 거의 100%에 달하며, 일반적으로 항생제도 치료효과가 없다. 그러나 호흡기 탄저병은 테러가 아니라면 거의 발병하지 않는다.

구제역 감염 동물의 매립지에서 탄저병 전염의 위험이 대두된 근거는 2008년 조류인플루엔자로 닭 수만 마리를 묻은 매몰지 주변에서 바실루스 균이 매몰지 밖보다 27배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자료 때문이었다. 탄저균은 바실루스균 중의 하나이지만 다른 대부분의 바실루스균은 사실 인체에 해롭지 않으며, 오히려 유산균처럼 장내 면역기능을 강화해 설사병을 예방하는 목적으로 복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대부터 풍토병 지역의 소에 대한 예방접종을 실시함으로써 70년 이후로 소의 탄저병은 급격히 감소해 2000년 이후에는 단지 2건밖에 없었다.

따라서 탄저병이 정말 문제가 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그러나 매몰지 주변에 사는 사람이라면 탄저병 예방에 주의하는 것은 개인위생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탄저병 포자는 10분 동안 충분히 끓여야 사멸하며 자외선에 쪼여도 잘 죽지 않으므로 음식을 충분히 끓여 먹도록 한다. 탄저병 예방주사를 맞는 방법도 있으나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