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겪는 ‘철밥통 깨기’ … 울산 동구 ‘재교육-퇴출’ 제도 첫 시행 놓고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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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공직사회의 무사안일 탈피를 위해 4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확산된 ‘철밥통 깨기’가 새삼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울산 동구청은 이달초 정기인사에서 3명(6급,7급, 기능직 각 1명씩)을 고객행정지원단에 배치, 14일부터 재교육에 들어갔다. 고객행정지원단은 무능하고 나태한 공무원을 선발해 8개월간 재교육을 해서 현업에 복귀시키되, 자세변화가 없을 경우 퇴출시키는 제도다. 제도는 2009년 만들었지만 시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전공노 울산지역본부가 민주노총·민노당·진보계열시민단체들과 합세해 연일 반발 시위,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고객행정지원단제는 당사자에게 낙인을 찍는 인권유린이다. (전공노 울산본부장이 있는) 울산 동구에서는 절대로 (철밥통 깨기가) 추진해선 안된다. 국가인권위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동구청도 “전국의 공직사회에 일하는 분위기를 만든 획기적 제도”라며 일일이 반박자료를 내고 있다.

 고객행정지원단 선발은 4단계 과정을 거쳤다. 우선 드래프트(각 부서 과장이 6급이하 직원 중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의 명단을 정원의 2배수로 적어냄) 명단에 들지 않는 35명을 골랐다. 이 가운데 국단위·구단위 선발위를 거치고 외부인이 참여하는 구청 인사위에서 3명을 최종 선발했다. 당사자 소명과 감사부서의 진단, 동료 인터뷰도 거쳤다고 한다.

 선발된 3명은 ▶업무 처리시한을 넘기고 이로 인해 낭패를 본 타 기관 담당자와 싸우고, 이를 질책하는 부서장의 멱살을 잡은 경우 ▶하루 종일 음주근무를 하며 상습적으로 옆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 ▶업무를 쌓아두기만 하거나 공익 근무요원에게 떠넘긴 경우 등이다.

 15~17일 사흘에 걸쳐 여승선 전공노 울산본부장, 김정환 총무과장과 각각 인터뷰를 했다.

 -고객행정지원단에 대한 입장은.

 여 “인권을 유린하는 현대판 낙인 제도다. 국가인권위에서도 시정권고를 했다.”

 김 “인권위 시정권고는 신분노출이 없도록 하라는 것이지 제도 폐지를 요구한 게 아니다.”

 -4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확산된 제도다. 왜 동구에서만 안되나.

 여 “울산시가 처음 시행할 때도 노조에 항의를 촉구했지만 노조 조직이 우리와 달랐다. 그러나 동구는 280명의 전공노 조합원이 있다. 바로 우리 문제다. 대법원도 이 제도로 직권면직된 공무원에 대해 구제 판결을 했다. 서울시도 폐기했다.”

 김 “대법원 판결은 2가지 였다. 재교육 성적이 좋은데도 면직된 경우는 잘못이지만 반성 못한 경우에는 직권면직이 정당하다는 것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4년 가까이 시행한 결과 무능공무원을 찾아볼 수 없게 됐기 때문에 폐지한다’고 하지 않았나.”

 -일 하는 분위기 해치는 공무원은 어떻게 해야하나.

 “공무원법에 규정된 대로 처벌하면 된다. 고객행정지원단에 선발되면 주변사람이 다 알게 된다. 이마에 주홍글씨를 찍는 것이다.”

 “처벌 대신 심기일전할 기회를 주자는 게 고객행정지원단 취지다. 법적 처벌은 괜찮고, 재기의 기회를 주는 건 안된다니….”

이기원 기자

◆공무원 철밥통 깨기=무능하고 나태한 공무원도 공무원법상의 신분보장 규정 덕분에 정년을 보장받는 것을 탈피하자는 취지로 2007년 울산시에서 처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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