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IF 물결 … IT 4형제, 세상을 뒤집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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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TGIF’로 대표되는 스마트 혁명이 인류 역사에 급격한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TGIF’란 트위터(T)·구글(G)·아이폰(I)·페이스북(F) 등 스마트 열풍의 진원지랄 수 있는 네 가지 서비스를 통칭하는 표현이다. 지난해 초 미국에서 처음 쓰이기 시작한 신조어다. TGIF가 급속히 확산된 지난 2년간 세계인의 경제·문화 생활은 격변을 겪었다. 올해 지구촌을 뒤흔든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 이집트의 ‘키파야 혁명’ 또한 그 소산이었다. TGIF의 가공할 위력, 반전과 승리의 숨은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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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이집트와 세계를 잇다=지난달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의 구글 본사. 토요일임에도 개발자들이 회사로 모였다. 이들이 주말도 반납한 채 출근한 건 이집트 정부의 인터넷 차단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이집트 국민들이 인터넷이 아닌 전화로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공유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이들은 즉각 관련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밤샘 작업 끝에 탄생한 건 스피크 투 트위트(Speak2Tweet) 서비스. 누구든 미리 정해진 전화번호로 음성메시지를 남기면 ‘#egypt(#이집트)’란 꼬리표와 함께 트위터에 글이 올라가도록 했다. 덕분에 이집트인들은 인터넷이 막힌 상황에서도 현지 상황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었다.

올 초 튀니지에서 일어난 시민혁명의 추동력 또한 TGIF였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분신자살한 무함마드 부아지지라는 청년의 얘기가 유튜브 동영상, 페이스북 등을 통해 퍼져나간 게 시작이었다. 이어 리나 벤 메니라는 민주화 운동가가 트위터·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한 장이 세계를 공분케 했다. ‘레겝의 순교자’란 제목으로 지난달 10일 시위에서 숨진 시민 5명의 사진을 편집해 올린 것이다. 레겝은 이들이 숨진 도시 이름이다. 튀니지 학생들이 몸을 엮어 아랍어로 ‘자유’란 글씨를 완성하는 유튜브 동영상은 세계인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슬림 아마노우라는 블로거는 시위 중 내무부 청사에 감금되자 미국의 위치정보 서비스인 ‘포스퀘어’를 통해 그 사실을 알려 위기를 벗어나기도 했다. 재스민 혁명 중 유튜브에 오른 관련 동영상은 3000개에 이르렀다.

◆우파 후보 역전승 이끈 SNS 특공전 =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최초의 TGIF 대통령’이라 할 만하다. 선거전 당시 모바일과 SNS를 적극 활용한 유세로 젊은층의 전폭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 휴즈가 오바마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한 건 유명한 일이다. 오바마의 승리 덕분에 미국에선 ‘유튜브 정치(YouTube Politics)’란 용어가 일상적으로 쓰이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연두교서도 유튜브를 통해 세계에 생중계했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직접 동영상 질문을 올릴 수 있는 별도 채널도 개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틀 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질문에 대해 동영상으로 직접 답변을 했다.

 TGIF는 진보파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지난해 콜롬비아 대선에서 압승한 보수파의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은 저돌적인 SNS 선거전 끝에 곤두박질치던 지지율을 극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산토스 후보는 정보기술(IT) 기업인 일렉션몰 테크놀로지의 라비 싱 최고경영자(CEO)를 캠프에 끌어들였다. 싱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 50일을 앞두고 자원봉사자 80명과 디지털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단계별 전략을 짜 밤낮으로 일했다. 보통 우리(콜롬비아인)가 그리 부지런하지 않은 걸 감안하면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상대 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12%나 뒤지던 산토스는 실제 선거에서 69%의 압도적 지지율로 승리할 수 있었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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