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부근 “3D TV, 연말까지 시장서 심판 받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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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윤부근 사장(오른쪽)이 17일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스마트TV 발표회에서 신제품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1930년대 나온 기술이 어떻게 2세대가 됩니까.”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업계에서 ‘다혈질’로 통한다. 울릉도 출신이어서 ‘울릉도 섬소년’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윤 사장은 아랫사람이건 경쟁사건 정도를 벗어났다 싶으면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열변을 토한다. 17일 경기도 수원의 삼성디지털시티 디지털미디어연구소에서 마련된 ‘2011년 스마트TV 신제품 발표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날 LG전자가 필름 타입의 편광안경식(FPR) ‘시네마 3D TV’를 발표하면서 삼성전자가 채택한 셔터글라스 방식을 1세대로, FPR을 2세대로 표현한 데 대해 격분한 것이다.

 그는 “편광 방식은 1935년에 개발된 뒤로 지금까지 원가절감 이외에는 바뀐 게 없다”며 “내년 말이면 아날로그 방송이 중단되고 디지털로 가는데 해상도가 4분의 1로 떨어지는 편광 방식을 택한 건 세상을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뭐니뭐니해도 3D TV의 기본은 풀HD 화질을 구현하는 게 중요하다”며 “편광 방식은 풀HD를 구현하지 못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 측은 이날 LG의 편광 방식을 채택한 중국산 TV를 갖다 놓고 삼성 풀HD TV와의 비교 시현도 했다. 편광 방식 TV로 일반 2D 화면을 볼 때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가로선의 흔적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윤 사장은 “어차피 연말이면 시장에서 결과가 드러날 것”이라며 “틀린 말을 한 쪽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훨씬 커보이는 3D 화면=이날 삼성이 처음 선보인 TV는 D7000과 D8000 시리즈다. 삼성 측은 “5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 업체가 만든 한 차원 높은 스마트TV”라고 자랑했다. 무엇보다 화면과 TV 끝단 사이의 테두리(베젤) 간격을 지난해 28㎜에서 5㎜로 줄였다. 3D 영상을 시청할 때 화면과 하나 되는 효과가 배가된다는 설명이다. 또 무선주파수를 이용한 블루투스 방식을 안경에 적용해 깜빡거림의 원인을 없앴고, 파워를 올려 화면 겹침을 해소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눈의 피로감과 어지럼증을 없앴다는 것이다. 난이도 높은 칩 기술을 이용해 3D 화면에 따라 음향에도 원근을 느껴지게 하는 ‘3D 사운드’를 탑재했다.

 이번 D7000 시리즈의 출고가는 46인치 400만원대, 55인치 550만원대. 지난해 2월 출시한 7000 시리즈의 경우 46인치 420만원대, 55인치가 580만원대였음을 감안하면 스마트TV 기능을 채용하고도 약간 저렴해진 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TV에 3D 기능을 포함해 1200만 대를 파는 등 총 4500만 대의 TV를 팔아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킨다는 방침이다.

◆한 차원 진화한 스마트TV=올해 선보이는 삼성의 스마트TV는 ‘콘텐트를 알아서 찾아주는’ 기능을 장착했다. 그야말로 ‘똑똑한 TV’다. 예를 들어 ‘시크릿가든’에서 현빈이 나오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현빈에 대한 검색 결과를 하단에 흘려준다. 상품전략실 이경식 상무는 “사용자의 시청 스타일을 분석해 TV가 네이버에 알려주면 네이버는 관련 정보를 검색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검색했던 단어를 기억하고 있다가 비슷한 장면이나 인물이 나오면 곧바로 알려준다. 사용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보다 편리해진 ‘스마트 허브’ 서비스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바로 들어가 글을 올릴 수 있다. 이를 위해 쿼티 리모컨도 제공된다.

  지난해 3월 처음으로 문을 연 ‘삼성 스마트TV 앱스’ 또한 보다 강화될 계획이다. 지난해 말 전 세계에서 300개, 국내 170여 개의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 올라왔는데, 올해에는 3D 콘텐트 50개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윤 사장은 “기존의 스마트TV와 선을 그었다”며 “올해 3D TV 라인업을 보급형으로도 확대해 스마트TV로 다양한 3D 콘텐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풀HD(Full High Definition)=TV나 모니터의 화질은 화면을 구성하는 점, 즉 화소가 많을수록 좋아진다. 640X480 해상도의 모니터라면 화면 전체에 가로 640줄, 세로 480줄의 화소가 배열돼 약 30만 개의 화소가 화면 전체를 채우고 있다는 뜻이다. 720X480은 ‘SD(Standard Definition·일반화질)급’, 1280X720이나 1920X1080 해상도는 ‘HD(고화질)급’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1920X1080 이상의 해상도를 마케팅 차원에서 풀HD급으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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