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투자 ABC] 주가 기술적 분석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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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60대 투자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주식투자 경력은 대략 25년. 그는 오랜 경험 끝에 두 가지 투자비법을 터득했다고 자랑했다. 첫째는 돈을 잘 벌 것 같은 회사보다는 이미 돈을 잘 벌고 있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고, 둘째는 그러한 회사 주식을 사고팔 때는 ‘엘리엇 파동이론’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엘리엇 이론이란 주가가 5개의 상승 파동과 3개의 하락 파동을 이루며 하나의 사이클을 완성한다는 이론으로 대표적인 기술적 분석 방법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투자비법으로 봤을 때 코스피 지수가 2400까지 간다고 주장했다.

일방적으로 자기 얘기만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본인의 투자철학을 있는 그대로 말해준 것이 고마웠다.

 통화를 마친 뒤 내게 투자철학이 있는지 생각해 봤다. 없었다. 다만 30대 초반 연구했던 기술적 분석이 생각났다. 신입사원 때 봉 차트를 하나 띄워 놓고 기술적 분석을 시작했다. 좀 하다 보니 봉 차트 하나를 들고 다니는 점쟁이 같았다. 그래서 거래량을 추가해 분석을 했다. 거래량이 주가에 선행한다는 이론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뭔가 부족했다.

 각종 보조지표를 넣기 시작했다. 장단기 이동평균선을 봉 차트에 넣고, 스토케스틱·상대강도지수(RSI)·이동평균수렴확산(MACD) 지표도 넣었다. 제법 모양을 갖추는 것 같다. 그런데 주변을 보니 이런 보조지표를 안 보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남들이 잘 안 쓰는 기술적 지표를 넣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분석을 위해 듀얼모니터도 샀다.

 슬슬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외국 전문 사이트에 들어가서 전문 트레이더가 쓰던 공식을 모으기 시작했다. 몇 개월 지나니 1000개 이상의 공식이 쌓였다. 주식시장에도 수학공식 같은 법칙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술적 지표에 몰입했다. 제대로 된 공식 하나만 건진다면 시스템 트레이딩을 통해 큰돈을 벌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시스템 트레이딩이 싫어졌다. 시스템 트레이딩으로 돈을 버는 것은 훌륭한 시스템 때문이 아니라 운이 좋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기술적 지표를 하나씩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보조지표를 지우다 보니 어느 샌가 봉 차트·거래량·이동평균선·RSI·MACD 지표 정도가 남았다. 또 시간이 흘렀다. 이동평균선·RSI·MACD 지표도 지웠다. 그리고 주가에 선행한다는 거래량도 지웠다. 결국 봉 차트 딸랑 하나 남았다. 처음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허탈하지는 않았다. 봉 차트를 보는 느낌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깨달은 것은 봉 차트 속에 3개의 보물이 숨어 있다는 점이다. 첫째로 증시는 과거의 흐름을 반복한다는 ‘패턴’, 둘째는 주가의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는 ‘추세’, 셋째는 추세의 강도가 과도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상대강도’다.

 세 가지 보물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패턴을 선택하고 싶다. 사람들은 패턴을 단순히 주가의 모양을 분석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과거 패턴을 파고들어가 보면 경제·사회를 바라보는 집단 행동의 역사에 심취하게 된다. 이 역사를 고민하다 보면 과거와 현재의 경제 펀더멘털을 비교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패턴 분석은 대중의 심리와 경제의 펀더멘털을 연결해 주는 주가 분석 방법이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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