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줄 잇는‘ㄷ’자 양화대교 … 예비비로 일단 공사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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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시 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ㄷ’자 모양으로 공사가 중단된 양화대교. [서울시 제공]


전면 무상급식 실시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 의회가 양화대교 공사를 놓고 또다시 맞붙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5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시 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중단된 양화대교 구조개선 공사와 저소득층 학생(초등학교 5·6학년)을 위한 급식 지원 사업을 예비비를 투입해 계획대로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원만하게 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민주당 시 의원들과 이 사안에 대해 합의를 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시작된 양화대교 공사는 서해 뱃길 사업을 위해 선박이 운항할 수 있도록 교각 사이의 거리를 넓히는 사업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시 의회는 “대운하 사업과 연계됐다”는 이유로 올해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 때문에 양화대교는 ‘ㄷ’자 형태로 굽은 채 공사가 중단됐다. 지난해 6월엔 다리가 굽은 줄 모르고 달리던 택시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나 안전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초등학교 5·6학년인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급식 지원은 시 의회와 시 교육청이 초등학교 1~4학년 학생을 위한 전면 무상급식을 도입하기 위해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오 시장이 추진하는 양화대교 공사와 급식 지원엔 각각 182억원과 42억원의 예비비가 들어간다. 서울시의 올해 예비비 규모는 1268억원이다. 시가 먼저 집행을 할 수 있지만 나중에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방자치법은 의회가 사후 승인을 하지 않는 경우에 대한 규정이 없어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시 의회는 즉각 반발했다. 김명수(민주당·구로4) 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시 의회가 삭감한 항목에 대해 시장이 협의를 하지 않고 지출을 하겠다는 것은 의회의 예산 심의권을 무시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박태희·최모란 기자

양화대교 구조개선 공사 일지

오세훈 서울시장, 강행키로 … 시의회는 “승인 못해”

2010년 2월 22일 교각 넓히기 공사 시작

6월 22일 서울시 의회 요구로 교량 상판 철거공사 잠정 유보

9월 14일 서울시, 하류 측 상판 철거 재개

10월 17일 상판과 교각 철거 완료

12월 29일 시 의회, 2011년 공사비 전액 삭감

2011년 2월 15일 오세훈 시장 공사 재개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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