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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교육과정 제대로 짜야 역사교육이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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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교육과학기술부가 어제 발족한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추진위)는 초·중·고교 역사교육의 틀을 국가 차원에서 새로 짜려는 시도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역사학자와 교사 20명으로 구성된 추진위는 역사 교육과정 개발 실무를 맡은 국사편찬위원회에 교육과정의 방향을 제시하고 자문·검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역사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바꾸는 작업을 총괄하는 독립기구가 생겨난 셈이다. 홀대받는 역사교육을 살리는 문제가 달려 있는 만큼 추진위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역사교육 강화는 무엇보다 가르칠 내용의 방향을 올바로 잡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역사교과서의 편향되고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는 일이 급선무(急先務)라는 얘기다. 식민(植民)·자학(自虐)사관에서 탈피해 우리 역사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자긍심,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내용이 새 역사교과서의 근간(根幹)이 돼야 한다. 예컨대 민족의 뿌리인 고조선에 대한 서술을 강화하고, 건국 과정에서의 대한민국 정통성과 성공한 대한민국의 드라마가 녹아들어간 교과서가 만들어져야 한다. 추진위도 앞으로 역사교과서의 집필 기준과 검정 기준을 새로 만들면서 이런 부분에 유념할 것이라고 믿는다.

 역사를 가르치는 방법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학생들이 지겨운 암기과목이란 인식에서 벗어나 쉽고 재미있게 역사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역사교육이 감동을 주고 애국심을 낳을 수 있다. 이배용 추진위원장의 말마따나 “현장, 스토리, 사람이 있는 역사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교실 밖 역사 현장을 찾아 수업하고, 재미있고 친근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역사를 가르칠 때 살아있는 역사교육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추진위 역할이 역사 교육과정의 새 틀을 짜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올해부터 한국사가 선택과목으로 전락하면서 고교 역사교육이 고사(枯死) 위기다. 한국사를 고교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일에도 추진위가 힘을 쏟아야 한다. 배울 학생 없는 교육과정을 만드는 건 허사(虛事)일 뿐이다. 추진위가 후세대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역사교육을 바로 세우는 일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