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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컵의 베이글녀 막노동한 사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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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영어와 프랑스어 등 6개 국어를 구사한다. 올해 한양대 MBA(경영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녀의 직업은 배우다. 2009년 ‘선덕여왕’과 ‘꽃보다 남자’ 등에 출연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단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선 그녀는 이미 스타다. G컵의 가슴사이즈로 일명 ‘베이글녀’(아기얼굴과 글래머한 몸매를 일컫는 말)로 알려져 있다. 그녀의 이름은 윤지오(23). “연기 말고 다른 일을 하면 더 잘 할 것 같은데 연기에 매달리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윤씨는 “어릴 적부터 연기만을 꿈꿔왔다.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연기자 생활을 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라고 말했다. 그녀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서울의 한 스튜디오에서 3시간 넘게 사진촬영을 했다. 촬영을 하며 그녀가 털어놓은 이야기 묶음을 소개한다.

#캐나다에서 1년만에 고교를 끝내고 연예계로 진출
어릴 적 캐나다에 온 가족이 이민을 갔다. 캐나다에서 2002년 CJ 뮤직이 주최하는 공개 오디션 대회에서 16살의 나이로 발탁됐다. 당시 중3이었다. 성시경과 쥬얼리가 이 대회 출신자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대형 참치잡이선의 선장이다. 아버지는 연예계 진출을 꿈꾸는 딸에게 "고교를 졸업하고 다시 얘기해 보자"며 완곡하게 반대했다. 그녀는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노스욕 고교를 1년 만에 졸업했다. 이 학교는 4년 과정을 다녀야 졸업할 수 있다. “연예인이 되고 싶어 공부를 지독하게 했어요. 며칠씩 거의 안자고 공부만 하며 1년만에 고교를 졸업하자 비로소 부모님의 마음이 열렸어요.” 2003년 17살의 나이로 그녀는 홀로 한국에 왔다.

#막노동부터 치어리더까지 안 해본 일이 없어요
당장 연예인이 될 것 같았지만, 한국에서의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CJ 뮤직의 연습생으로 2년을 보내고 2007년에는 SBS 수퍼모델 선발대회에서 입상했다. 하지만 생활은 곤궁했다.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한 달간 한 적이 있었어요. 여자라서 무거운 짐을 나르는 일은 못했고 시멘트 바르는 일을 했어요. 2009년에는 한 CF에서 수영복 부위모델도 했었죠.” 그녀는 번역, 치어리더, 커피숍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요즘은 공연을 하며 생활비를 번다고 한다. 윤씨는 “다루는 악기가 8개 정도 돼요. 풀룻과 대금은 공연팀이 따로 있어서 생활비를 충당합니다”라고 말했다. 외모와 집안, 학벌, 다재다능하다는 것까지 그녀는 소위 ‘엄친딸’(‘엄마친구의 딸’이라는 의미로 완벽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노출’, 연기에 필요하다면 할 수 있죠
그녀는 인터넷 스타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G컵의 가슴사이즈 때문이어서다. “연기를 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자꾸 가슴사이즈만 가지고 얘기를 하려 해요. 심지어 모바일 회사에서 노출화보를 찍자고 연락이 몇 번 왔는데, 계속 거절을 했죠.” 하지만 연기를 위해서라면 노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김혜수씨나 서영씨는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가지고 있지만, 연기력도 빼어나죠. 그렇게 연기력을 검증받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그녀는 “3년 전부터 연기수업을 해주는 분이 계세요. 그분은 '진정한 연기가 살아 있는 사람은 어느 때고 빛날 것'이라고 말하세요. 전 연기자로서 성공할 가능성이 많은 거에요”라며 웃는다.

공부하는게 세상에서 제일 쉽다고 말하는 그녀지만 연기를 얘기할 때는 눈이 반짝인다. 그녀는 “제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연기입니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편집국 = 김정록 기자 ilro12@joongang.co.kr, 영상 김만재 PD
장소협찬 : 문라이트 워커스 다목적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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