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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넘긴 세 남자 … ‘그 놈의 식지 않는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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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1일 오후 경남 창원 KBS홀에서 열린 ‘세시봉 친구들’ 콘서트에서 김세환·송창식·윤형주(왼쪽부터)가 1960~70년대 히트곡을 부르고 있다. 객석을 메운 40~60대 관객들이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창원=송봉근 기자]


시간은 뒷걸음질쳤고, 추억은 피어 올랐다. 11일 오후 8시 경남 창원 KBS홀. ‘세시봉’의 세 남자가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서 "오빠” 하는 환호성이 터졌다.

 윤형주(64)·송창식(64)·김세환(63)은 ‘세시봉과 친구들’란 타이틀로 전국 투어 콘서트를 펼치고 있다. 이날은 그 첫 공연이었다. 무대는 1960년대를 풍미했던 음악감상실 세시봉을 그대로 옮긴 듯했다.

 세 남자는 1967년 세시봉에서 처음 데뷔했다. 스무 살 형주와 창식이 먼저 무대에 올랐고, 이듬해 형주의 소개로 세환이 마이크를 잡았다. 당시 전속 사회자는 훗날 유명 MC로 성장한 이상벽(64)이었다. 이상벽은 이날 공연의 MC를 맡아 저 옛날 세시봉으로 관객들을 불러들였다.

 객석은 40~60대 중·장년 팬들로 빼곡했다. 맨 처음 무대에 오른 김세환이 ‘좋은 걸 어떡해’를 부르자 일제히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어 윤형주와 송창식이 트윈폴리오 시절 노래들을 잇따라 들려줬다. 트윈폴리오는 두 사람이 68년 결성한 통기타 듀오다. ‘이 밤이 지나가면 나는 가네 원치 않는 사람에게로….’ 히트송 ‘웨딩케이크’의 애잔한 선율이 흘러나오자 중년의 관객들이 젊은 날의 향수에 젖기 시작했다.

 대형 스크린에 이런 자막이 나왔다. “(윤형주·송창식·김세환·이상벽) 네 분의 나이 합계 263세.” 객석에서 한 관객이 “저도 6학년(60대)이에요”라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마지막 무대는 세시봉 3인방이 함께 부르는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수많았던 우리의 이야기들/바람같이 간다고 해도/언제라도 난 안 잊을 테요….’ 통기타 선율을 따라 사람들의 추억 여행도 그렇게 저물었다.

 막을 내린 후 뒷풀이 자리에서 세 명의 ‘포크 전설’과 술잔을 나눴다. 주량은 제각각이었다. 윤형주는 “예전엔 좀 마셨지만 (기독교 신앙을 가지면서) 딱 끊었다”고 했고, 김세환은 “지금도 소주 2병은 거뜬하다”고 했다. 송창식은 술을 아예 건드리지도 않았다. 가수 시작했을 때부터 줄곧 술잔을 멀리했다고 한다.

-술을 안 마시는 특별한 이유라고 있으세요.

 “예전엔 1년에 한번 정도 마시긴 했어요. 그러다 노래 시작하면서 딱 끊었죠. 가요판을 보니까 모든 스캔들이 술에서 비롯되더라고요. 그래서 근처에도 안 가기로 마음 먹었어요.”(송)

-풍류를 즐기실 것 같았는데.

 "노래가 꼭 풍류는 아니니까요. 저는 노래를 꾸준히 계속해야 하는 공부라고 생각해요.”(송)

-음악은 어떻게들 배우셨어요.

 “예전엔 체계란 게 없었어요. 종로에 기타 학원이 두어 개 있었나. 스스로 기타 코드도 익혀가면서 음악을 배워갔죠.”(윤)

 이들은 1970년대 최고의 인기 가수였다. 요즘 말로 ‘포크 아이돌’이랄까. 김세환의 목소리가 커졌다.

 “74년과 75년에 TBC(동양방송)에서 가수왕을 두 번 연속 했어요. 당시 999만원하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샀을 정도니까 인기가 대단했죠.”

 세시봉 3인방은 부산(2월18~19일)·대구(3월4~5일)·수원(3월11~12일)·울산(4월1~2일)·대전(6월23~24일) 등으로 공연을 이어간다. 이날 공연이 끝나고 윤형주의 아내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 놈의 식지 않는 인기 때문에 오늘도 독수공방이군^^” 30년 만에 되살아난 세시봉의 인기 탓에 당분간 아내는 ‘독수공방(獨守空房)’을 감수해야 할 모양이다. 1588-1555.

창원=정강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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