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행보 대담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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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사무총장(왼쪽)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도로교통안전재단 홍보대사인 중국 출신 배우 양쯔충(楊紫瓊·양자경)에게 안전모를 받아 착용하고 있다. 유엔과 도로교통안전재단은 2020년까지 향후 10년간 도로교통안전 캠페인을 함께 벌일 계획이다. [뉴욕 AP=연합뉴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달라졌다.”

 반 총장이 최근 이집트와 코트디부아르 사태에 강경 입장을 밝히고 나서자 국제외교가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반 총장 비판에 앞장서왔던 인권단체조차 그를 칭찬하고 나섰다고 블룸버그 통신을 비롯한 미국 언론이 전했다. ‘조용한 외교’를 내세우며 회원국과 마찰을 빚지 않으려고 애써온 그동안의 태도와 달리 민주화와 인권 문제에 대해 선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유엔 담당 국장 필리페 볼로피온은 10일(현지시간) “반 총장이 이집트 정부에 대해 시위자의 인권을 존중할 것과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정치개혁을 단행하라고 단호하게 촉구했다”며 “반 총장의 행보가 대담해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반 총장이 아랍세계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아랍국가의 민주주의 결핍을 지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반 총장이 미얀마의 군사정권과 중국 지도부 등 인권 탄압 정부에 대한 압박을 피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반 총장은 지난 3일 이집트 친정부 시위대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대를 공격하자 강한 어조로 이를 비난했다. 그는 “변화는 당장 시작돼야 한다”며 무바라크의 즉각 사퇴를 압박했다. 그러자 유엔 주재 이집트 대사가 반 총장의 이 같은 발언에 항의하기도 했다.

 반 총장은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사태에 대해서도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로랑 그바그보(Laurent Gbagbo) 대통령 축출을 위해 평화유지군까지 동원해 그바그보를 압박하고 있다.

 반 총장의 이 같은 변신은 올해 말로 예정된 연임 선거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풀이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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