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전쟁 이미 진행중…120개국 기술개발 한창

중앙일보

입력

OO년 OO월 OO일 오전 8시 미국 뉴욕. 출근길 시민과 차량들로 붐비던 시내가 갑자기 정전이 되면서 모든 것이 정지한다.

교통신호체계가 마비돼 차량이 뒤엉키고,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멈춘다. 뉴욕에 식수를 공급하는 디트로이트의 수도사업소 시스템도 마비된다. ''댈러스에 있는 항공제어시스템도 사정은 마찬가지. ''항로를 비행 중이던 항공기들로부터 긴급상황 보고가 이어진다.

미국은 순식간에 대혼란에 빠진''고 시민들은 불안에 휩싸인''다. 미 대륙에 폭탄 하나 떨어지지 않았고 외계인이 공습해 온 것도 아니다.

원인은 사이버 폭격. 미 국가안전보장국(NSA) 이 작성해 놓은 사이버전쟁의 시나리오다. 가상 적국의 사이버 공격은 우선 뉴욕을 비롯해 워싱턴.로스앤젤레스.시카고 등 주요 도시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음으로 미군의 전력을 마비시키기 위한 공격이 계속된다.

첫 타깃은 미 태평양함대. 태평양함대를 무력화시킨 후 해군 전체로 확대되고 공군.육군 순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안보전략회의(NSC) 조차 열리지 않는다. 이미 참석자들에 대한 연락이 두절됐기 때문이다.

미국 컴퓨터 정보시스템의 안전을 총괄하고 있는 NSA는 이같은 사이버 전쟁은 이미 진행 중이라고 강조한다. 더 이상 미래의 일이나 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사이버 전쟁에 대비한 가상훈련을 실시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미 당국이 가상 훈련의 일환으로 일반 컴퓨터와 모뎀을 이용, 미 태평양함대 정보시스템에 들어가 함대사령관의 이름으로 거짓 명령을 하달하자 실제로 작전이 개시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미 국무부도 하루에 60~80차례의 사이버 공격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단순한 해커의 소행도 있지만 이들 틈에 끼여 미 정부의 보안 능력을 시험하려는 적국의 기습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가컴퓨터안전국(NCSC) 이 지난해 5백20여개의 정부기관과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4%가 전산망을 파괴시키려는 공격을 받았다고 답했다. 97년보다 16% 증가한 수치다.

NSA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사이버전쟁을 위한 기술을 개발 중인 국가는 1백20여개국에 이른다. 이 중 23개국은 미국을 가상적국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미국은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사이버 전쟁 대비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앞선 정보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막강한 사이버 전쟁 수행능력을 길러 세계 최강의 군사력 보유국의 지위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미 상원의 지시로 ''다트마우스 대학 사이버 전쟁 연구소'' 가 마련한 사이버 전쟁의 전략과 전술로는
▶적국의 정부 홈페이지 침투를 통한 전자공황상태의 초래
▶적군의 군사작전 시스템 파괴
▶적의 인터넷 정보 및 명령권 탈취 등이 있다.

이에 따라 NSA는 지난해 사이버 전쟁의 최정예 용사 35명을 특별 채용했다. 18세부터 20세 초반까지의 컴퓨터 천재들. 미 정부에 대한 사이버 공습이 시작될 경우 즉각 반격에 나설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 이들의 주임무다. 이들은 이미 36개국 정부의 4만개 네트워크에 자유자재로 침투할 수 있는 ''침투로'' 를 마련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침투로에는 ''부비트랩'' 이 설치돼 있어 적군이 사이버 공격을 감행할 경우 폭발시켜 해당 시스템을 마비시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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