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단편영화, 무엇을 볼 것인가?

중앙일보

입력

18일 오후 1시부터 한국 독립단편 영화제가 공개적인 작품 상영에 들어갔다. 25회 째를 맞고 있는 이 영화제는 그러나 사실 상올해가 첫 회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금관 단편영화제나 한국 청소년 영화제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던 것이 이 영화제의 전신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 영화제들은 대중과 함께 하지 못하고 수상자와 시상자만이 존재해 왔다는 약점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 영상사업단이 주최했던 서울 단편 영화제에 독립영화제가 가진 권위를 양도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올해 한국 독립단편 영화제는 이러한 과거 모습들을 청산하고, 대중과 만나는 영화제로 거듭났다. 수상 후보작들이 모두 대중에게 공개되고, 행사 자체가 하나의 독립단편영화 축제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지향점을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goCinema는 이번 한국 독립단편 영화제의 화제작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우선 극 영화 경쟁 부문인 "새로운 도전"에서는 상영 섹션 D부문이 주목받고 있다. 이 섹션에 포함된 작품들은 〈81, 해적 디스코 왕이 되다〉〈현대인〉〈돼지꿈〉〈은어비행〉 네 작품이다. 이 중 〈81, 해적 디스코 왕이 되다〉는 올해 인디포럼 당시부터 극의 흥미도 면에서 화제를 몰고 왔던 작품이다. 술집에 나간 누이를 되찾아 오려는 고교생 오빠와 그 친구들의 활약상을 담은 이 영화는 코미디적인 요소와 함께, 사회에 대한 은유를 동시에 담고 있다.

한편 〈현대인〉은 무척 독특하다. 작품의 전체적인 내용은 이명세 감독의 걸작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무척 닮았지만, 그것을 패러디한 작품은 아니다. 형사와 건달, 두 사람이 교차로 등장하면서 자신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점은 다큐멘터리 기법을 가져 왔다.

영화는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교대로 등장시키면서 그 위에 그들간에 벌어지는 필사적인 결투를 또한 덧입히고 있다. 두 주인공의 이야기는 극의 흥미 면에서 만족스러울 뿐 아니라, 아울러 살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뉘앙스를 갖고 있다. 이명세 감독이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형사의 추적을 장인적 관점에서 그렸다면, 〈현대인〉은 형사와 건달간의 공통점에 주목하고 있다.

〈돼지꿈〉은 하나의 은유적인 작품이다. 마지막에 통렬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지만, 관객들이 그것을 느끼는 데는 영화기법적인 표현에서 약간 미약한 점이 있다. 〈은어비행〉은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키네코 작업으로 스크린에 옮긴 작품. 명상적인 내용이 주목할만하지만, 러닝타임이 다소 짧다(6분)는 점이 관객들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이밖에 섹션 B에 있는 〈풍장〉〈1979년 10월 28일 일요일 맑음〉〈Subway Kids〉, 그리고 섹션 C에 있는 〈광대버섯〉〈고추말리기〉〈For the Peace of All Mankinds〉등이 주목작으로 꼽힌다. 이들 섹션은 모두 금, 토, 일 저녁 7시에 관객들이 볼 수 있다.

한편 애니메이션, 실험영화, 기록 영화를 담은 "현실과 판타지" 부문에서는 다큐 D와 실험 & 애니 B가 주목 섹션으로 꼽힌다. 다큐 D에서는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다룬 〈민들레〉와 두만강 유역의 탈북 소년들을 추적한 <탈북 소년들 중국에 가다>가 상영된다.

실험 & 애니 B에서는 〈Who's My Baby〉〈Killing Dance〉〈공무도하가〉〈사이〉등 네 편의 애니메이션과 〈절망 Ms. Ave〉〈Rememberance/Time...〉〈Surface of Memory, Memory on Surface〉등 세 편의 실험영화가 상영된다. 이 중 〈공무도하가〉는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아울러 이 외에도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소 풀을 뜯다〉, 실험영화 중에서는 〈Drift〉가 주목할만한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이 밖에 18세 미만 일반인과 초,중고생의 작품을 모은 "디딤돌" 부문은 초등학생의 작품까지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엄마, 이젠 혼자 잘 수 있어요〉〈http://www.세상은 얼마나 놀라운가!〉등 세 편이 바로 초등학생들의 작품이다. "디딤돌" 부문은 모두 일요일 오전 11시와 1시에 단 한번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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