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에 대한 끊이지 않는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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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만화계에서는 커다란 사건이 있었다. 올해 고3인 안혜영씨가 낸 〈야간비행〉이라는 책의 많은 부분이 우리 나라와 일본의 유명한 만화들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그 중 가장 중심적으로 이슈가 된 부분이 많은 매니아들을 이끌고 있는 김진씨와 유시진씨의 〈바람의 나라〉와 〈쿨핫〉의 표절에 관한 것이었다.

이 사실은 인터넷과 PC 통신으로 빠르게 번져나가면서 곧 인터넷에 "안혜영 본인의 의도적 표절 인정과 최소한 〈야간비행〉이 광고된 만큼의 표절사실 홍보"를 목적으로 한 "표절소설 야간비행 공동대책 위원회(http://members.tripod.co.kr/yaby)"(이하 야비공위)가 생겨, 서명운동을 받고 있으며, 야비공위와 함께 각 통신사의 김진, 유시진 팬클럽 그리고 다른 만화 관련 통신 모임들과 연대 모임을 이루어 활동하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진행되자 〈야간비행〉을 펴낸 홍익출판사는 표절이라고 제기된 부분을 살펴보고, 표절이라고 판단하여 시중에 나와있던 책을 모두 회수하였고 공식적인 사과문을 올린 상태이다. 또 안씨를 1차로 수시합격자 명단에 올린 K대는 2차 합격자 명단에서 그녀를 제외시켰다.

야비공위와 그의 연대모임은 안씨의 공식적인 표절 인정과 사과를 바라고 있으나 아직까지 안씨측에서 공식적인 인정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여서 야비공위의 활동은 계속될 조짐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충격과 분노도 대단하겠지만, 가장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창작자인 김진씨, 유시진씨를 비롯한 다른 만화가들일 것이다.

모 TV 프로그램에서 만화가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만화가 황미나씨는 "뼈를 깎는 창작의 고통을 견딜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 말은 비단 만화뿐만 아니라, 창작력을 필요로 하는 많은 다른 분야에서도 적용될 것이다.

그러나 문화 예술쪽에서 표절의 논란이 있어왔던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고 여전히 표절이 자행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대응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 또한 우리 현실이다. 이런 상태에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그것을 접해야 하는 우리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통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번에 처음으로 공식적 대응을 보이고 있는 만화계의 표절에 대한 결말이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불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화 예술계에서의 표절이 심각한 지적 절도라는 인식이 확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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