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술시장 달아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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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전쟁이 세게 붙었다. 주류 업체의 주인이 여럿 바뀌면서 여건이 달라진 데다 내년부터 주세율 조정으로 술값 체계도 바뀌기 때문에 각 업체가 격변기의 술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맥주.소주 업체들이 새 상품을 준비하고 있고, 위스키 업체들은 가격을 먼저 내리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10개 소주 업체와 12개 주정 업체 대표들은 19일 국회 재정경제위 소위에 "업계와 서민층의 입장을 감안해 소주세율을 정부안은 80%에서 50~60%로 내려달라" 고 요청했다.

한편 국내 술시장은 경기회복에 힘입어 큰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위스키의 경우 9월까지 매출이 2백82만상자(상자당 4.2ℓ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다.

◇ 재연되는 하이트-OB전쟁〓OB맥주가 12월 1일자로 진로쿠어스맥주(제품명 카스맥주)를 인수하는 것을 계기로 3조원 규모의 맥주 시장은 하이트와 OB-카스 연합군의 2파전으로 바뀌게 됐다.

양측은 내년부터 맥주세율 인하(1백30→1백20%)로 값이 내?庸?맥주 매출이 늘 것으로 보고 시장 선점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OB측은 "카스맥주를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고, 종업원을 전원 고용하는 등 카스맥주의 기존 조직과 장점을 최대한 살려 반드시 업계 선두를 되찾겠다" 고 강조했다.

반면 하이트는 카스맥주의 경영권이 바뀌는 것을 기회로 시장 점유율을 5%포인트 이상 높인다는 전략과 함께 신제품 출시 등을 검토 중이다.

지난 1~9월 시장 점유율은 ▶하이트 49.1% ▶OB 34.5% ▶카스 16.4%였다.

◇ 진로소주 아성에 도전하는 두산〓선두를 지키려는 진로와 이 아성에 도전하는 두산간의 격전이 열기를 더하고 있다.

두산 고위 관계자는 "20~30대 젊은층이 좋아하는 미소주의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기존 브랜드인 그린소주의 매출을 늘리기 위해 제품 포장을 새롭게 하거나 23도짜리 '그린23' 을 새 상품으로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 말했다.

◇ 가격인하에 불댕긴 위스키〓두산씨그램이 가격인하로 선수를 치고 나왔다. 내년부터 주세율이 1백%에서 80%로 떨어지는 데 앞서 두산이 시바스 리갈 12년산의 출고가를 11~18% 내린 것. 두산측은 "시바스 리갈의 매출 신장을 위해 출고가를 세율 인하폭보다 많이 내렸다" 고 밝혔다.

여기에다 진로가 임페리얼을 생산하는 위스키 부문을 발렌타인 위스키로 유명한 영국 얼라이드 도멕사에 매각함에 따라 경쟁이 한층 뜨거워지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임페리얼(진로).윈저(두산씨그램).딤플(하이트)등이 가격인하와 함께 주점 등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강화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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