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 JOHNSON 〈The Sound of Summer Running〉

중앙일보

입력

본작의 리더는 분명히 베이스 주자인 마크 존슨이다. 그러나 이 앨범의 특징은 두 기타 연주자 팻 메스니와 빌 프리셀의 참여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건반 없이 베이스와 드럼의 리듬 섹션 위에 펼쳐지는 두 대의 기타 연주가 일품인 본 앨범에서 팻 과 빌은 서로 솔로와 배킹을 번갈아 가며 훌륭한 인터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기타리스트가 이런 통일성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 수 있겠지만 결과는 앨범이 말해주듯이 실로 멋진 조화를 보여 주고 있다.

물론 기타 두 대와 베이스, 드럼의 포맷은 역시 마크 존슨의 85년 작 〈Bass Desires〉에서 이미 선보인 것이었다. 다만 두 앨범에 있어서 차이라면 당시 기타에 빌 프리셀과 존 스코필드가 참여 했었던데 반해 본 작에서는 팻 메스니가 존을 대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타리스트 하나 바뀌었는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차이는 실제로는 상당히 크게 나타나고 있다. 빌과 팻의 음악적 차이는 그들의 공동작에서도 보여줬던 것처럼 상호 보완적이면서 동시에 상반되는 음악성을 지닌 것이 사실이다. 또 여기에서 존과 빌의 조화와 팻과 빌의 조화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마크가 사이드 맨이 아닌 리더로서 임하는 본작이지만 그의 베이스 워크에 있어서 사이드 맨으로서의 참여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의 특징을 몇 마디로 요약하자면 정박에 떨어지는 워킹 베이스 라인이나 난해하지 않은 멜로디 라인 등을 들 수 있는데, 본작에서도 이러한 그의 스타일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특징들 보다 전체적인 사운드나 컨셉에 더욱 관심을 두고 이 앨범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비록 베이시스트의 앨범이지만 기타 팬들에게 역시 대환영 받을 수 있는 수작이라 여겨진다.

본작의 소재는 포크와 컨트리로 외형적으로 보아서는 팻 메스니와 빌 프리셀의 근작인 〈Beyond the Missouri Sky〉와 〈Nashville〉이 그 축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미중서부 출신의 마크 존슨이 미국 백인의 보편적인 정서를 표현하려고 했을 때 이 두 기타리스트를 택한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결과였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우선 첫 트랙 'Faith on U'를 보면 기타 두 대를 완전히 좌우로 독립시키지 않고 팻과 마크가 멜로디 라인을 진행시켜 나가면 빌은 배킹을 맡으며 사운드를 더욱 두텁게 만들어 나가는 형태이다. 멤버 4명 모두의 인터플레이가 잘 조화된 곡이다.

그리고 빌 프리셀이 즐겨쓰는 조성 변화와 더불어 트위스트와 락 리듬위에 흥겨운 멜로디라인이 전개되는 7번째 트랙 'Ding-dong Day', 팻 메스니의 42현 피카소 기타의 멋진 연주를 들을 수 있는 'The Adventures of Max & Ben', 두 사람의 기타 솔로가 오랜 여운을 남기는 'Union Pacific', 필자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곡 'Ghost Town' 등 전체적인 구성에 있어서도 흐트러짐 없이 다양한 형태의 10곡이 우리를 미국의 중서부로 안내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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