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영리한 토끼는 3개의 굴을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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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법인세 인하 기조를 유지해 달라. 가업상속 공제를 확대하고 임시투자 세액공제를 상시화해 달라.”(경제단체)

 “글로벌 경쟁시대다. 세제를 기업의 국제경쟁력에 장애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운용하겠다.”(정부)

 윤증현(사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주요 경제부처 각료들과 경제 5단체장이 8일 한자리에 모여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두 시간가량 이어진 회동에서는 일자리 창출 방안을 비롯해 투자확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문제 등 각종 경제현안이 폭넓게 논의됐다. 특히 물가안정의 중요성에 대해 정부와 재계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윤 장관은 이날 영리한 토끼는 3개의 굴을 만들어 위기에 대비한다는 뜻의 ‘토영삼굴(兎營三窟)’ 고사를 인용하며 미래 대비에 힘써 달라고 강조했다. 그가 얘기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한 ‘3개의 굴’은 이랬다. 기업은 투자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산업 측면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건전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며, 국민경제 측면에선 지속가능한 경제 운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요즘의 화두인 동반성장에 대해 참석자들은 ‘자율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재정부 관계자는 “(동반성장은) 동반성장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호 협의해 자율적으로 추진되도록 하고, 정부는 진정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임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노사관계와 관련, 경제단체들은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 완화와 파견 허용업종 확대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또 오는 7월 출범 예정인 복수노조가 노사관계에 어려움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 측은 이에 대해 노사관계법을 엄정히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뒤 기업들이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하고 사회적 기업을 확산시키는 데 적극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재계에서는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과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사공일 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참석했으며 정부 측에서는 윤 장관을 비롯해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지식경제부 안현호 1차관, 고용노동부 이채필 차관이 참석했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과 박재완 노동부 장관은 업무 일정과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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