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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작전세력 쪽박 차게 무거운 과징금 처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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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손해용
경제부문 기자

‘작전’의 세계는 치밀하고 정교했다. 허위 보도자료를 뿌리고, 소액주주 운동을 빙자해 주가를 띄운다. 트위터·페이스북까지 ‘도구’로 활용한다. 주가조작도 이른바 소셜네트워크 시대를 맞고 있다.

 투자자문사에서 유료 회원들을 세력화해 주가조작에 나서기도 했고, 인터넷 언론사 기자가 돈을 받고 허위 기사를 쓴 사례도 있다. 갈수록 수법이 고도화·지능화되는 추세다. 감독당국이 ‘월가 뺨치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혀를 찰 정도다.

 하지만 이를 막을 수사·감시 시스템은 이들의 기동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2004년 2월 외국계 증권사 임원 A씨는 옵션계약에 따른 손실을 피할 목적으로 장 마감 직전 주문을 쏟아내면서 주가를 조작했다. 하지만 A씨가 법의 철퇴를 받은 것은 7년이 지난 이달 들어서다. 수사 과정에서 작전세력 일부는 빠져나가고, 법원이 판결을 내리면서 또 일부를 풀어줘버리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는 현행법상 시세조종 행위를 입증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부당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매매를 했다는 것을 밝혀야 하는데,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산출하기도 어려워 처벌의 강도도 약한 편이다. 이렇다보니 몇몇 작전꾼들은 주가조작으로 처벌받은 전력을 훈장처럼 자랑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도 한다.

 이처럼 작전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주가조작을 통해 얻는 기대수익이 적발됐을 때 입을 기대 손실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현재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 등과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를 할 경우 과징금 부과는 불가능하고 형사처벌만 할 수 있다. 민사소송 말고는 부당이득을 환수할 방법이 없다.

 반면 미국·영국 같은 선진 증시에서는 무거운 실형과 함께 과징금 성격의 민사제재금을 물게 하고 있다. 일본도 2004년부터 과징금 제도를 도입했다. 작전의 기회비용을 크게 높이는 이런 처방전들은 큰 효과를 거뒀다.

 물론 탐욕이란 인간의 본성이 남아있는 한 작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시시각각 진화하는 작전을 제도와 규범으로 제어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투자자 스스로 대박 환상과 탐욕을 버려야 비로소 작전세력도 발 붙일 곳을 잃게 된다는 얘기다.

손해용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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