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이주가 전세난 부채질한다

조인스랜드

입력

[황정일기자]

1·13 전세 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수도권 전세난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자고 나면 전셋값이 오르고, 그나마 세를 구하지 못해 이리저리 떠다니는 전세난민까지도 생겼다.

조인스랜드부동산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한햇동안 서울 전셋값은 5.21%나 뛰었고 올들어서도 지난 달 28일 현재 0.36%나 급등했다.

그런데 적어도 올 상반기에는 이런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눌러앉는 사람이 늘고 있는 데다 올해 공급(신규 입주)이 줄어 전세 물건 또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조인스랜드부동산과 부동산114의 조사 결과 올해 전국에서는 지난해보다 13만여 가구 줄어든 17만2400여 가구가 입주한다.

서울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수도권은 지난해의 3분1 수준인 4만여 가구로 급감한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연구위원은 “종전에는 전셋값이 오르면 일부 전세 수요가 매매로 갈아타고, 그 과정에서 신규 입주 물량이 공급되면서 전세시장이 안정을 되찾는 구조였다”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이 같은 시장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걸림돌이 될 것 같다. 재개발의 경우 주민들간 이견 등으로 사업이 멈춰서면서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철거·이주 후 착공 직전에 멈춰선 재개발 사업이 10여 곳, 1만6000여 가구에 이른다. 이들 사업장이 올해 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예컨대 서울 동대문구의 한 재개발 구역은 철거와 함께 주민 80% 정도가 이주했지만 최근 조합설립 무효판결이 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주택은 이미 부서져 없어졌는데 신규 공급은 안되고 있다”며 “사업이 재개되지 않으면 이주민들의 전세살이가 그만큼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남권 중층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지역 특성상 본격적으로 이주수요가 발생할 경우 서울 전세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최근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여전히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전세난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전세 보증금으로는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자 월세로 바꾸는 집주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내외주건 정연식 상무는 “전세 수요가 월세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월세가 늘어날수록 전세난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전세난의 한 원인이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때 벌어진 역전세난의 후폭풍이라는 점에서 올 하반기에는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008년 말에는 금융위기와 강남권의 대규모 재건축 단지 입주가 겹치면서 전셋값이 크게 내렸다.

그런데 최근의 전셋값 급등이 금융위기 때 폭락했던 전셋값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벌어진 때문이라는 것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금융위기 당시 싸게 전셋집을 구했던 세입자들의 전세 만기가 돌아오는 상반기까지는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하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