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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속소재에 꽉채운 연기력

중앙일보

입력

극단 신화의 창단 10주년 기념공연 '사랑'이 오는 24일~12월 19일 서울 연강홀에서 펼쳐진다.02-923-2131.

'쇼 코미디', '사랑은 비를 타고' 등 소품 뮤지컬로 인정받은 오은희씨가 대본을 쓰고 극단 신화 대표인 김영수씨가 연출을 맡았다.

이 작품에는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등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서민극 시리즈로 창작 리얼리즘 연극을 꾸준히 시도해온 극단 신화의 기존 색깔과 새로운 시도가 동시에 느껴진다.

탄탄한 실력의 중견 배우와 잠재력 있는 젊은 연기자가 조화를 이루는 캐스팅, 통속적인 소재, 인물들의 갈등이 마지막에 화해로 막을 내리는 구성 등이 극단 신화가 즐겨온 작품들의 공식과 그대로 닿아 있다.

하지만 여러 등장인물이 서로 얽히고 설켜 사건이 전개되던 이전 작품들과 달리 이번에는 갈등의 축이 한 남자와 그를 사랑하는 두 여자로 압축돼 있다. 그만큼 깊이 쪽에 신경을 썼다.

여기서 '사랑'은 표면적으로는 남녀간의 사랑이다. 아버지의 바람기에다 새 어머니의 유혹? 상처받은 진영(박지일 분)과 그 상처를 어루만져 주려는 연상의 여인 여진(윤소정), 그리고 저돌적으로 진영에게 다가가는 지희(전현아)의 서로 다른 사랑이야기다.

하지만 결국 연적인 여진과 지희가 20여년전에 헤어진, 아니 서로 버리고 버림받은 모녀관계였단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랑'은 가족간의 사랑까지 아우른다. '오창열(이호재.고인배 더블)과 마크 최(김상중.최준용), 김미수(권나연) 등 몇몇 인물이 더 등장하지만 그들이 나서는 장면은 매우 짧다.

주인공인 윤소정.박지일.전현아 3명의 연기력과 앙상블이 극의 전부인 셈이다. 리얼리즘 연극이 결국 탄탄한 대본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승부가 판가름난다고 볼 때 관객들의 반응은 매일 매일 다르게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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