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러시아·리츠 회복세 뚜렷 … 원금 회복 기대감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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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잘나가던 ‘독수리 5형제’에서 ‘미운 오리 5형제’로 전락했던 해외펀드들이 빠르게 수익률을 회복하고 있다. 5형제는 바로 러시아·리츠·베트남·물·일본 펀드다. 이들은 2006~2008년 글로벌 증시 활황기에 등장해 새로운 투자처로 인기를 끌었지만, 금융위기를 겪으며 원금을 반 이상 까먹었다.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돈 먹는 하마’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하지만 최근 수익률이 날개를 달면서 원금 회복 기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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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리츠펀드는 ‘유지’=당시 이들 ‘5형제’ 펀드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3~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원금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투자자들의 고민은 손해를 감수하고 손을 털 것인지, 아니면 수익을 낼 때까지 계속 들고 갈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펀드에 따라 전략을 달리 짤 것을 권한다. 수익성이 불투명하다면 과감히 환매하거나 갈아타는 것이 좋지만, 전망이 괜찮다면 현재 마이너스 수익률이더라도 계속 들고 가는 게 수익률이나 분산투자 차원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일단 러시아펀드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전망이 많다. 30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7일 기준 주요 러시아펀드의 6개월 수익률은 연 25%를 웃돈다. 1개월 수익률도 연 3~4%로 정기예금의 1년치 금리를 웃돈다. 이는 러시아 경제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원자재 가격이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러시아가 세계 평균 이상의 완만한 성장이 예상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 속에 부동산에 투자하는 해외 리츠펀드도 수익률이 살아나고 있다. 경기후행지표인 부동산시장은 주식시장보다 늦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전망도 밝은 편이다. 특히 부동산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상쇄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현대증권 김용희 펀드리서치 팀장은 “러시아는 각종 경제지표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리츠의 경우 글로벌 부동산 가격이 회복세를 보인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러시아·리츠펀드는 향후 평균 이상의 수익률이 기대되므로 환매보다 보유하고 있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베트남·물 펀드는 환매가 유리=펀드업계의 대표적 ‘애물단지’로 꼽히는 베트남펀드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설정 규모가 가장 큰 ‘한국투자베트남적립식1’의 3개월 수익률이 약 6%로 최근 반짝하고 있지만, 원금회복까지는 벅차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2014년 만기가 돌아오는 ‘한국WW베트남부동산특별자산펀드’는 최근 원금 중 일부인 211억원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기도 했다. ‘NH-CA베트남아세안플러스’ 펀드는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 이름에서 아예 ‘베트남’을 빼 ‘NH-CA파워아세안플러스’로 펀드명을 바꾸기도 했다.

 ‘물 먹은 펀드’라는 말까지 들었던 ‘물펀드’는 어떨까. 최근 선전하고 있지만 고수익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물펀드는 주로 수자원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 경기방어적 성격을 지닌 일종의 대안투자이기 때문에 상승장에서 시장을 따라잡기가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펀드리서치팀장은 “베트남·물펀드는 다른 해외펀드와 비교해 투자매력이 떨어진다”며 “위험 분산이 목적이 아니라면 환매하는 게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펀드의 장기 전망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3개월 수익률이 12%, 1개월 수익률이 2~3% 정도로 회복 조짐이 뚜렷하긴 하다. 제로인 신건국 연구원은 “일본 증시의 성장성이 이머징 국가에 비해 높지 않다는 점에서 투자매력이 떨어진다”며 “엔화 강세가 일본 수출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는 점도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증권 김 팀장은 “최근 이머징 국가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선진국 쪽에 자금이 흘러가는 분위기”라며 “오랜 기간 저평가받은 점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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