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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가 본 세계경제 전망 … 가장 중요한 변수는 인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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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매튜 디킨
한국HSBC은행장

글로벌 경제를 한바탕 휩쓴 태풍은 이미 지나갔거나, 적어도 지나가는 중으로 보인다. 태풍이 지나간 뒤에는 주변 환경이 원래 상태로 되돌아오기 마련이지만 금융위기의 태풍이 지나간 이후 우리는 과거에 당연시됐던 것들이 사라진 다소 낯설고 새로운 환경 속에 있다.

 이번 위기로 인해 글로벌 경제 중심의 이동이 가속화됐다. 수년 전부터 서구 중심의 경제 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금융위기는 분명히 이런 붕괴를 촉진시켰고 권력은 빠른 물살을 타고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 세계가 직면해 있는 시급한 문제들을 논의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부상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제 우리는 글로벌 경제 성장이 이머징 국가의 어깨에 달려 있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HSBC는 ‘2050년의 세계’라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가져올 미래, 그리고 2050년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보여주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 총생산량은 이머징 국가들의 성장에 힘입어 현재의 세 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우리가 ‘이머징’ 국가라고 분류하는 그룹의 경제 규모는 지금보다 다섯 배 성장해 선진국 경제 규모를 앞지를 것이며, 글로벌 경제 성장에 대한 기여도 역시 선진국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필자가 ‘이머징’이라는 단어에 작은따옴표를 친 이유는 해당 국가들의 유일한 공통점이 빠른 성장률인 만큼 ‘이머징’보다는 ‘고성장’ 국가로 부르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수년 전에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 더 이상 이머징 국가는 아니지만 빠른 성장세를 유지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2050년, 상위 30개 경제강국 중 19개 국가가 ‘이머징’ 국가로 채워질 것이며, 이에 반해 노령화되고 적은 인구수를 지닌 유럽 경제부국들은 상대적으로 경제와 정치적인 측면에서 눈에 띄게 쇠약해질 것이다. 아울러 2050년에는 중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 1위, 인도는 세계 3위를 차지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HSBC는 2050년 한국 경제가 세계 13위, 일인당 소득 역시 현재의 세 배에 가까운 4만6657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예측은 인구통계학과 일인당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일인당 소득은 전 세계에 걸쳐 성장세를 기록하겠지만 노동인구는 나라마다 확연히 다를 것으로 보인다. 노동인구의 감소는 한국을 포함한 몇몇 국가의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인구는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그 중요성이 무시되기 일쑤이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통계적 변화로 인해 침체기를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향후 40년간 한국의 노동인구, 다시 말해 미래의 납세자 및 소비자는 32%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일본과 폴란드에 이어 셋째로 높은 수치다.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 1.15로 이미 걱정스러운 수준에 와 있지만 필자는 한국 정부가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저출산이라는 ‘국가적 비상사태’를 잘 극복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

 2050년을 내다봤을 때 기후변화에서부터 에너지 자원 고갈의 문제까지 성장에 있어 다양한 과제가 제기되고 있고 한편으로는 보호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존재한다. 물론 효율적인 저탄소 에너지가 개발된다면 에너지 문제가 글로벌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은 앞서 언급한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2011년은 한국이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저탄소 녹색경제 구축에 앞장서 나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새로운 현실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적절히 적응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2050년, 필자는 한국이 전 세계 성장엔진으로서 글로벌 무대에서 큰 활약을 펼치고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매튜 디킨 한국HSBC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