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 우리의 얼굴을 들여다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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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호 06면

윌리 세일러의 흥정(1960_s), 에칭, 2921 ㎝
릴리언 메이 밀러의 노새를 탄 김씨(1925), 다색 목판화, 3127.6㎝

100년 전에도 설날은 흥겨웠으리라. 한껏 단장을 하고 두 아이와 광화문 나들이를 나선 여인의 표정엔 미소가 배어 나온다. 이 그림은 영국 출신의 엘리자베스 키스(1887~1956)가1921년 제작한 ‘정월 초하루 나들이’라는 목판화다. 그녀가 이 땅을 찾은 것은 1919년 3·1운동 직후. 도쿄에서 근무하던 형부의 초청으로 일본에 왔다가 일본 목판화에 빠지게 된 그녀는 서울, 원산, 함흥, 평양 등 곳곳을 여행하며 본 조선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외국인이 그린 옛 한국풍경’전, 28일~2월 21일 서울 전농동 롯데백화점 롯데갤러리 청량리점, 문의 02-3707-2890

서울 주재 미국 영사의 장녀로 태어난 릴리언 메이 밀러(1895~1943) 역시 일본 목판화에 빠져있었는데, 우연히 경복궁 향원정을 보고 조선의 아름다움에 관심을 갖게 됐다. 추수를 마친 가을 벌판이나 노새를 탄 노인 등의 모습은 회화적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드레스덴 출신의 독일 화가인 윌리 세일러(1903~?)는 제2차세계대전 후 주일미군사령부에서 근무했다. 56년부터 60년까지 세 번에 걸쳐 한국을 방문했는데, 당시의 인상을 담은 ‘한국 시리즈’를 미국 신문에 연재하기도 했다. 어린아이부터 장터의 아낙, 할아버지 등 다양한 인물의 표정과 풍경을 12점의 동판화에 담아냈다.

엘리자베스 키스의 정월 초하루 나들이 (1921), 목판화, 3826㎝

그의 작품은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아이젠하워가 소장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1900년대 초·중반 한국을 방문한 4명의 외국인이 그려낸 우리의 모습을 모았다. 채색 목판화와 동판화 등 총 50여 점이 준비돼 있다. 백화점 휴점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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