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탄도미사일 부품 이란 수출 차단을”…부시, 2007년 후진타오에게 요청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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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경유해 이란으로 향하는 북한 탄도미사일 부품 흐름을 차단해 줄 것을 중국 정부에 요청했다는 미 외교전문 내용이 공개됐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8일 공개한 전문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 고려항공과 이란항공이 오랫동안 베이징을 경유하는 정기노선을 통해 탄도미사일 관련 부품을 거래해온 정황을 포착했다. 거래 부품엔 탄도미사일 조향장치인 ‘제트 베인’ 등이 포함됐다. 미국은 부품의 최종 목적지가 이란의 미사일 개발 업체 ‘샤히드 바게리 인더스트리얼 그룹(SBIG)’일 것으로 추정했다.

 전문 작성일자는 2008년 8월 1일로 돼 있다. 북한과 이란이 항공편으로 제트 베인 등을 거래했다는 외교전문은 지난해 11월에도 공개됐으나 이번엔 제트 베인의 거래 규모를 비롯해 더욱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전문 내용을 종합하면 북한은 2007년 12월 제트 베인 1500개를 추가로 수송하는 계약을 이란과 체결했고 수송 규모는 매달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일찌감치 이 같은 정보들을 토대로 중국에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해 왔다. 2007년 9월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당시 미국 대통령이 호주 시드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중국 국가주석에게 이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당시 미국이 북한·이란의 탄도미사일 부품 거래 정보를 중국에 제공하는 데 합의했다.

 미 국무부는 항공화물 운송장과 항공편 번호 등을 중국 측에 제시하며 양국 거래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와 1737호에 어긋난다는 점을 들어 중국의 협조를 요청해 왔다. 중국이 이에 대해 어떤 후속조치를 취했는지는 언급돼 있지 않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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