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전형 → 관료형 … 허약해진 특수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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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수사 여건이 나빠졌다는 건 사실 핑계죠. 수사 능력이 떨어진 것이 솔직한 현실입니다.”

 검찰 내에서 특수수사통(通)으로 분류되는 한 간부의 진단이다. 최근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특수수사 역량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은 “법원의 불구속 재판 원칙이 갈수록 강화되고, 수사 과정에서 변호사가 입회하는 등 여건이 악화된 것이 주된 요인”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주요 피의자나 참고인들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거부해 수사가 벽에 막히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의 수사 역량이 계속 지능화하고 있는 범죄와 높아진 인권의식 등 사회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사력 저하의 가장 큰 이유로는 과거 ‘야전형 특수부’에서 ‘관료형 특수부’로 변질된 점이 꼽힌다.

 “노무현 정부 때 공평한 기회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순환보직 인사 바람이 불었습니다. 수사 능력이나 적성과 관계없이 대검 중수부장·과장 등의 요직에 비(非)특수통 검사들이 보임됐지요. 그러다 보니 특수수사의 경험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고 수사력 약화로 이어졌다고 봅니다.”(검사장 출신 변호사)

 과거와 달리 내사를 충분히 하지 않은 채 수사에 착수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범죄 증거를 확보한 뒤에야 피의자를 소환했다”며 “요즘 검사들은 충분한 준비 없이 피의자나 참고인을 소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 환경의 변화를 탓할 게 아니라 그 변화에 맞춰 수사 기법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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