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온 스타인버그 ‘6자 방정식’ 풀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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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25일 정례 내외신 브리핑을 하기 위해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스타인버그 부장관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6일 방한한다. 지난 19일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 고위 관리로는 처음 이뤄지는 그의 방한은 향후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김성환 외교부 장관 등과 만나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남북대화→북·미대화→6자회담으로 이어질 북핵 프로세스의 성사 방안을 협의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우려를 표시해온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하는 방안도 집중 논의할 전망이다. 외교 소식통은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남북대화가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한국 입장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 뒤 미·중 정상회담 과정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이 보인 반응을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을 설득할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한·미 조율 결과를 바탕으로 28일 방중해 다이빙궈(戴秉國·대병국) 국무위원 등에게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문제에 대해 ‘납득할 만한 조치’를 하고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이도록 유도하는 한편 UEP 문제의 안보리 회부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시 스타인버그 부장관과의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조만간 북한에 특사를 파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외교가 일각에선 스타인버그 부장관이 UEP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해 남북대화가 빨리 재개돼야 한다고 촉구하거나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을 완화하자고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김성환 장관은 “정부는 6자회담 전제조건을 놓고는 미국과 오랫동안 협의해왔으며 양국 간엔 아무런 이견이 없다”며 이런 전망을 부인했다. 미국 정부 소식통도 “미국은 (2월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남북대화의 결과를 지켜본 뒤 비핵화 프로세스 재개 방안을 본격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즈워스, “북한과 언제 대화할 거냐”=지난 5일 방한한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정부 당국자에게 “(한국은 남북대화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마냥 기다리기만 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고 외교 소식통이 25일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이럴 때 북한을 길들여야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다. 우리가 무조건 대화를 안 한다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대화의 여건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조금만 더 기다리면 당신도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그러자 보즈워스 대표는 한국이 남북대화를 무조건 피하려는 게 아니란 걸 충분히 이해했다는 뜻을 표시하고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정부, 북한에 비핵화회담 촉구=정부 당국자는 이날 “26일 중으로 북측에 고위급 군사회담을 위한 예비회담을 공식 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 명의의 전통문을 군 통신선으로 북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앞으로 보낼 예정이다. 예비회담 장소는 판문점이, 날짜는 설 연휴 다음 주로 제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일부는 11일을 거론하고 있다. 정부는 예비회담에서 고위급 군사회담 대표자의 급과 장소, 일정 등을 협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전통문 발송에 맞춰 북측에 비핵화회담 개최를 촉구할 예정이다.

강찬호·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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