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높았지만 … 실속없는 공모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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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공모주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증시 주변 자금이 공모주 시장에 몰리면서 청약 경쟁률이 수백대 1을 훌쩍 넘어설 정도다. 하지만 공모주 가운데서는 상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가가 반 토막 난 종목이 적지 않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상장한 인터넷 벤처기업 다나와는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 체면을 구겼다. 다나와는 24일 공모가 대비 84% 높은 2만5800원에 출발했지만 이틀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미끄러며 25일 1만8700원에 마감했다. 25일 상장한 중국고섬도 공모가(7000원)를 밑도는 6300원에 거래를 시작해 6.35% 급락한 채 장을 마쳤다. 이 밖에도 티에스이·대정화금·케이티롤 등 상장한 지 3개월이 안 된 새내기주가 줄줄이 신저가를 경신하는 등 대부분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시계를 돌려보면 1년 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해 1~2월 코스닥에 상장한 13개 종목 가운데 10개 종목의 청약경쟁률이 100대1을 넘었다. 하지만 에스이티아이가 공모가 대비 73%나 떨어지는 등 11개 종목이 공모가 미만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증시 상승세에 맞춰 상장 이슈가 부각되면서, 공모주의 주가가 기업 실적에 비해 과대평가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김평진 스몰캡팀장은 “증시에 돈이 많이 쏠리다 보니 공모주 가격도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되고 있는 편”이라면서 “최근 공모주의 동반 하락은 시장의 상승세가 둔해진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 김정훈 투자전략팀장은 “공모주는 상장 후 1~2달 정도는 기업가치보다 시장 수급에 따라 주가가 움직인다”며 “공모가가 과도하지는 않은지, 향후 실적은 괜찮은지 등을 따져보고 차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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