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스타열전(1) - 페드로 마르티네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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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이 '메이저리그 올해의 선수'로 뽑은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99년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다.

올시즌 23승4패, 방어율 2.07, 탈삼진 313개로 투수3관왕을 차지하며 사이영상이 유력시되고 있다. 올시즌 보스턴의 홈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는 내셔널리그 강타자를 상대로 하여 5타자연속삼진을 잡아내면서 페드로는 MVP를 수상했다.

현재 같은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고 있는 라몬 마르티네스의 친동생이기도 한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71년 10월 25일에 야구의 나라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태어난 후 92년 LA 다저스산하 앨버커키에서 그해의 대부분을 보내다가 시즌 후반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해 단8이닝만을 던지면서 1패를 기록하는 저조한 스타트를 하였지만 93년에 중간계투요원으로 활약하며 10승5패, 방어율 2.61을 기록하며 신인의 여건을 가지게 된 그해의 신인들 중 다승, 방어율 3위를 기록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보였다.

94년 LA 다저스가 2루수 드쉴즈의 영입을 위해 페드로를 몬트리올로 트레이드하였는데 이 트레이드는 다저스 역사상 가장 후회에 남는 트레이드로 기록되었으며 '밤비노의 저주'로 유명한 베이브 루스의 트레이드에 비견되기도 했다.

몬트리올로 이적한 후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매년 10승 이상을 거두었고 97년에는 17승8패의 호성적을 거두며 전력이 약한 몬트리올의 희망봉으로 거듭났다. 여기까지는 그가 메이저리그의 '수준급 투수'로 인정받는 정도였고 같은 리그의 로저 클레멘스나 내셔널리그의 그렉 매덕스의 빛에 가려 있었다.

하지만 그의 숨어있는 잠재력은 98년 보스턴 레드삭스로 이적한 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98년 초반 위장병과 99년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겪은 어깨부상을 이겨내며 98년 19승, 99년 23승에 2년연속 2점대방어율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팬들에 그의 이름을 강하게 각인시켰다.

직구는 90마일중반대의 수준급의 스피드를 보이며 이 스피드에 동반되는 라이징 패스트볼은 그의 직구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고 그의 위력적인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 최고급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두뇌피칭과 수비에도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볼의 위력만으로 타자를 억압하지 않는 종합적인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선수이다.

올 시즌 막바지에 '밤비노의 저주'로 수십년간 우승을 하지 못했던 팀에 78년만의 우승을 전해주려 했지만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4회에 갑작스런 등부상으로 강판당하며 팀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하지만 보스턴은 클리블랜드를 상대로 2연패뒤 2연승을 거두었고 페드로는 5차전 4회초 8대8 동점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나와 9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냈는데 이는 그가 불과 이틀전에 '떨어진 볼도 줍기 힘들 정도'의 컨디션 난조에도 불구하고 얻어낸 성적이라 그의 투혼이 더욱 빛났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는 98, 99년도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뉴욕 양키스를 만나 3차전에서 '90년대의 투수' 로저 클레멘스를 상대로 7이닝동안 볼넷 2개와 피안타 2개, 삼진 12개, 무실점으로 호투해 팀의 챔피언시리즈 첫승리를 견인하면서 클레멘스와의 '세기적 대결'에서 압승을 거두었지만 이후 팀이 내리 패하면서 그에게는 더이상의 등판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팀은 '밤비노의 저주'의 비운을 또한번 되새겼다.

하지만 포스트시즌동안 그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팀의 에이스로서 100퍼센트이상의 역할을 해내었고 그의 호투는 팬들의 뇌리속에 강하게 남아있다.

90년대말을 화려하게 수놓은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투구는 21세기를 기다리고 있는 많은 메이저리그팬들의 가슴을 설레이게하고 있다. 내년시즌 그의 어깨가 보스턴의 79년만의 우승을 견인해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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