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아덴만 쾌거가 남긴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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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號)를 무사히 구출한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에 온 국민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목숨을 건 완벽한 작전으로 해적을 소탕하고 선원 21명 전원을 구출한 청해부대 장병들의 노고와 용기는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 박수만 치고 있기에는 뭔가 허전하다. ‘아덴만의 쾌거’가 앞으로도 계속되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청해부대의 전력을 보강하는 한편 해운사들은 해운사들대로 예방적 차원의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해상 구출작전을 위해서는 2척의 군함이 양동작전을 펼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건 상식이다. 아덴만 해역에서 해적 퇴치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일본과 중국·러시아 등도 2척 이상의 구축함을 파견하고 있다. 청해부대가 4500t급 구축함인 최영함 한 척으로 전원 구출의 쾌거를 이룬 것은 기적이다. 삼호주얼리호 선장이 복부 관통상을 입은 것을 제외하고는 우리 선원이나 장병 모두 무사했다. UDT 대원을 비롯한 청해부대 장병들이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결과이지만 운도 따랐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행운이 반복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 기회에 청해부대의 전력 보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14년으로 예정된 2300t급 차기 호위함과 1200t급 초계함의 전력화 시기를 앞당기는 대신 현재 해군이 보유한 6척의 구축함 중 1척을 추가로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해운사들 스스로 피랍 사태에 대비해 근본적 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우선 시급한 것이 선박 내 피난처(避難處)의 설치다. 해적이 침입하면 식량과 식수, 통신수단 등을 갖춘 밀폐된 철제 공간으로 선원들이 대피한 뒤 구조를 기다리도록 하는 것이다. ‘아덴만의 여명 작전’과 같은 시각에 말레이시아 해군도 인근 해역에서 해적에게 피랍된 자국 선박 선원 23명 전원을 단 한 명의 부상자도 없이 구조했다. 선원들 모두 피난처에 대피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피난처 설치와 무장 또는 비무장 보안요원 승선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키로 한 만큼 국회도 조속한 법제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해적이 민간 선박을 공격한 사건은 모두 446건으로, 전년보다 9.8% 증가했다. 납치된 선박만 66척으로, 그중 62척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피랍됐다. 지금까지 한국 선적 또는 한국인 승선 선박으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사건만 8건이다. 지난해 10월 피랍된 금미305호는 아직도 억류 중이다. 해적들은 갈수록 국제화·기업화하고 있는 만큼 유엔이나 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기구를 통한 공조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일단은 자구책 마련에 치중하는 수밖에 없다. ‘아덴만의 여명 작전’으로 일시적 타격을 입었다고 한국 선박에 대한 납치 기도를 그만둘 해적들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