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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만지는 동안은 손님과 함께 호흡하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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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올겨울 화제를 불러일으킨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남자 주인공 현빈의 도시적인 헤어스타일,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 선수의 빨간 염색머리, 아이돌 그룹 빅뱅과 2NE1의 개성 넘치는 헤어스타일. 이가자 헤어비스 청담점 김태현(40) 부원장의 손끝에서 탄생한 스타일이다. 13일 오후 기자가 미용실을 찾았을 때도 그는 연기자 겸 가수 이승기의 머리를 손질하느라 바빴다.

미용 경력 20년째인 그는 “헤어 스타일 유행의 시작은 연예인이다. 그런 연예인들의 머리를 만드는 게 재미있다. 길을 걷다 내가 만든 헤어스타일이 유행하는 걸 보면 짜릿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30분 단위로 예약을 받는다. 연예인은 전체 고객의 30% 정도다. 연예인 고객이 많아 늦은 밤이나 새벽까지 일하는 경우도 많다. 이날도 잡지 화보 촬영 때문에 새벽까지 일했다.

김 부원장은 머리를 할 때 ‘교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는 “머리만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고, 머리만 하러 오는 손님도 반갑지 않다”고 말한다. 이런 그에게 미용실은 집이요 일터이자 놀이터다. “요즘은 기술 좋은 사람은 많아요. 저는 머리만 예쁜 것보다 손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머리가 무엇일까를 고민해요. 연예인이라면 어떤 캐릭터인지도 보고 직업·성격·평소 패션까지 고려해 헤어 스타일을 만들죠. 머리를 만지기 시작하면 손님과 함께 호흡하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손님들한테 ‘딴 생각 말고, 딴 데 보지 말고 저만 보세요. 나랑 얘기해요’라고 요구하죠(웃음).”

연예인들의 머리를 만질 때는 더 신경이 쓰인다. 시크릿 가든의 현빈 머리스타일을 만들 때는 대본을 읽고 역할을 분석했다. 극의 시대배경, 주인공의 직업·성격·옷차림·러브스토리까지 파악했다. 여기에 감독이 요구한 ‘부잣집 도련님,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 컨셉트까지 고려해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헤어스타일을 완성했다.

손님이 많이 찾는 비결을 묻자 그는 “손님들은 ‘차갑게, 화사하게’ 같이 느낌으로 스타일을 요구해요. 이게 참 애매한 말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손님의 느낌을 잘 살리기 때문인 것 같아요. 결국 소통의 힘이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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