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좁다 해외로 … 소비재 집중 투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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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호 24면

지난해 주식시장의 히트 상품은 ‘랩(Wrap)어카운트’다. 랩은 고객이 맡긴 돈을 증권회사가 주식·채권·펀드 등에 대신 투자해주는 상품이다. 고객 개개인별로 계좌가 따로 관리된다는 점에서 펀드와 다르다. ‘자문형랩’을 앞세워 2009년 말 20조원을 넘긴 랩 시장은 지난해 11월 말 36조원으로 불어났다. 반면 ‘투자의 정석’이라 불리던 펀드에서는 돈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만 17조원 넘게 환매됐다.

이 주일의 HOT 금융상품 - 소비재 투자 랩어카운트

랩의 인기 비결은 수익률이다. 펀드는 한 종목에 자산의 10% 이상을 투자할 수 없고, 주식형 펀드는 주식투자 비중을 60% 이상 유지해야 하는 등 제약이 많다. 따라서 시장 수익률을 월등히 초과하는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다. 반면 랩은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할 수 있고, 주식투자 비중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삼성전자 한 종목만 투자해도 되고, 주식에 전혀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 운용이 자유롭다.

지금까지는 랩이 주로 국내 주식형, 그 가운데서도 투자자문사의 운용 지시를 받는 ‘자문형랩’이 대세였다. 그런데 자문형랩으로 돈이 너무 몰리자 금융당국이 규제에 나섰다.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상환하는 ‘스폿형’ 자문형랩은 아예 판매를 금지했다. 증권사 입장에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 셈이다.

증권사들은 대안을 생각했다. 랩의 투자 대상을 해외로 넓힌 것. 해외시장은 충분히 크기 때문에 ‘쏠림’ 우려가 없다. 다만 랩의 강점인 고수익을 위해선 범위를 한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고른 테마가 소비재다. 소비재 부문은 잠재력이 크다. 특히 경제 성장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부자들이 많이 늘어난 것은 고무적이다. 자산관리 회사인 메릴린치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MLGWM) 등이 지난해 발표한 ‘2009년 세계 부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 백만장자의 총자산은 9조7000억 달러, 수는 300만 명에 이른다.

미래에셋증권이 26일까지 판매하는 ‘글로벌컨슈머주식랩’은 전 세계 유망한 소비재 기업에 직접 투자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현지법인이 운용 지시를 한다. 랩은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셈이기 때문에 펀드에 비해 세금을 덜 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금융소득이 4000만원을 초과해 최고 종합소득세율을 적용받는 고액 자산가라면 펀드 수익의 38.5%를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랩은 22%만 내면 된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면 무조건 매매차익의 22%만 양도세로 내면 되기 때문이다. 최소 가입금액은 1억원이다. 삼성증권은 이번 주 중국 소비재에 집중 투자하는 자문형랩을 내놓는다. 중국 최대 운용사인 화샤기금이 위탁 운용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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