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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도원 “성격은 이창호, 기풍은 이세돌이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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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19세 처녀 기사 문도원(사진) 2단이 지난주 여자바둑 삼국지라 할 정관장배에서 7연승을 거두는 과정은 드라마 ‘야차’의 피비린내 나는 전투장면을 연상케 했다. 실제 만나본 문도원은 놀랍도록 차분하다. 자기 생각을 소박하지만 거의 완벽하게 표현해 낸다. 일곱 살 이후 거의 바둑에만 매달려 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중국 항저우에서 7연승 대기록을 세운 것을 축하한다. 나머지 세 판도 모두 이겨 10연승을 달성할 자신이 있나.(3국이 5명씩 출전하는 국가대항전에서 여자대회는 중국 송용혜 5단의 6연승, 남자는 서봉수 9단의 9연승이 최고 기록이다.)

 “나는 욕심이 없는 편이다. 7연승도 기적 같다. 선생님(장수영 9단)은 조훈현-서봉수처럼 독해져야 일류가 된다, 상승세를 탔을 때 더욱 채찍질하여 꼭 10연승을 이루라고 하신다. 독해지는 게 뭔지 곰곰 생각 중이다.”(문도원은 3월, 중국의 탕이, 일본의 요시다 미카, 중국의 루이나이웨이를 차례로 꺾으면 혼자서 중·일의 모든 선수를 물리치고 바둑사에 남을 10연승을 달성하게 된다.)

 - 7연승을 하는 과정에서 바둑에 대해 새로운 느낌을 받았을 텐데.

 “한 판의 바둑을 이기는 데엔 정말 많은 요소가 숨어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번에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조급하지 말자’였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내가 너무 약하구나 하는 것도 새삼 알게 됐다. 큰 승부의 경험을 통해 승부의 다른 요소도 차근차근 배워 나가고 싶다.”

 - 7연승 중 6판이 역전승이었다.

 “초반이 약하다 보니 따라잡기 위해 자연 전투에 의존한다. 때로는 내가 나쁜지도 모르고 두고 있다.(장수영 9단은 성격은 이창호과, 바둑은 이세돌과라고 말한다. 마음이 착해 도장에서 6~7년 있는 동안 야단 한번 맞지 않았지만 바둑 판 앞에 앉으면 한 마리 맹수로 변한다는 것.)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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