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조 걸그룹 카라, 동방신기처럼 갈라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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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해체설에 휩싸인 걸그룹 카라. 리더 박규리와 구하라를 제외한 3명이 전속계약 해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왼쪽부터 강지영·정니콜·박규리·한승연·구하라. [중앙포토]


5인조 걸그룹 카라의 한승연·정니콜·강지영 멤버 3명이 소속사인 DSP미디어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법무법인 랜드마크는 19일 “DSP 측에 전속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박규리(리더)와 구하라는 이번 ‘단체행동’에서 빠졌다. 당초 구하라도 계약해지 통보에 합의했으나, 이날 오후 소속사와 만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박규리 측도 일부 언론을 통해 “계약 조건에 불만도 없고 DSP를 믿는다”고 밝혔다.

 카라는 지난해 일본에서만 25만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하며 신한류를 이끌어온 대표적인 아이돌 그룹이다. TV도쿄 드라마 ‘우라카라’에도 출연하는 등 2007년 데뷔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이들의 갑작스런 결정에 지금도 법적 분쟁 중인 동방신기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5인조 남성그룹 동방신기는 2009년 박유천·김재중·김준수 멤버 3명이 계약해지를 요구하며 탈퇴했으며, 현재 JYJ라는 별도 팀으로 활동 중이다.

 ◆작년 일본서 올린 수익만 180억원= 랜드마크 측은 “(DSP가) 멤버들이 원하지 않는 연예활동에 대한 무조건적인 강요와 인격모독을 했고 각종 무단 계약을 맺어왔다”며 “이로 인해 멤버들이 겪는 정신적인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소속사는 카라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이용하고 있으며 신뢰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DSP 측은 “수익에 민감한 일부 멤버 부모들의 돌출 행동”으로 보고 있다. 카라는 지난해 일본에서만 약 180억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 배분을 놓고 일부 부모와 소속사가 갈등을 빚어왔다고 한다.

 일본 음반유통사와 DSP는 각각 85%, 15% 비율로 수익을 나누도록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각종 비용을 제외하면 멤버들에겐 평균 1~2% 정도 수익이 돌아간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한국 가수들이 일본에 진출하는 초기에는 카라와 엇비슷한 수준의 계약을 맺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DSP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수익배분은 카라에게 유리한 입장에서 정산됐으며 돈이 입금되는 즉시 멤버들에게 동시 배분했다”고 밝혔다.

 일부 부모들은 DSP 이호연 대표의 경영 공백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지난해 초 뇌출혈로 쓰러져 현재까지 병원에 입원 중이다.

 카라의 불화설은 지난해 12월부터 조금씩 불거졌다. “카라의 모 멤버의 어머니가 새로운 기획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란 말이 떠돌았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안정대 회장은 “카라의 세 멤버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세력이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협회 차원에서 카라 관련 안건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카라는 어디로? = 계약해지를 공식화 한 만큼 카라는 해체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한 뒤 1년 여 간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동방신기와 닮은 꼴이다. 3명(탈퇴)과 2명(잔류)으로 갈라진 것도 비슷하다. 계약해지를 주장한 세 명이 별도 팀을 꾸려 활동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DSP 측은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당사자간의 조정과 화해를 통해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걸그룹으로 계속 활동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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