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88은 진짜 팻감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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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8강전>
○·김지석 7단 ●·쿵제 9단

제8보(73∼88)=전보 백△는 팻감으로 쓸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 말고는 아무 이상이 없는 수. 하지만 구경하는 고수들은 이 수에서 모종의 ‘불안’을 감지한다. 김지석 7단이 이쪽 출구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위험한 징조다. 대개는 거북등 빵때림이 지키고 있는 철벽 쪽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 신상에 이롭다.

 74로 이어 패가 계속된다. 흑이 ‘참고도’ 1로 파호해도 백2로 빠지면 흑이 좀 더 불리한 패가 될 뿐이다. 여기까지 오니 짙은 안개가 어느 정도 걷히면서 판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대마가 살았다고 가정할 때 흑 집은 35집 언저리다. 40집이 채 안 된다. 백은 좌하와 중앙이 30집 형태고 좌상까지 40집을 상회한다. 문제는 패의 사활이다. 좀 더 좁히면 누가 총알(팻감)이 많으냐의 문제인데 여기서 김지석과 구경꾼의 생각이 갈라지고 있다. 김지석은 자체 팻감을 믿고 있다. 백이 79 정도의 팻감조차 다 받아 주는 이유다. 구경꾼의 눈엔 흑의 팻감도 만만찮아 보인다. A, B의 패를 기본으로 악수지만 C, D 등의 패도 있다. 바로 이때 88이 자신 있게 떨어졌다. 그 수가 패가 될까. 이 수가 팻감이라면 백은 여유가 있다. 그러나 진짜 되느냐. 쿵제 9단이 심호흡을 하며 장고에 들어갔다(78·81·84·87=패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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