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유학 어려지고 짧아진다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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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에 사는 김선영씨는 지난해 7월 초등학교 1·3학년 두 자녀와 함께 미국에 왔다. 어학원에 등록해 학생비자(F1)을 받은 김씨는 자녀들을 공립학교에 보내고 있다. 김씨는 “하루 빨리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 롱아일랜드의 한 가톨릭학교에 다니는 유동진(9)군은 전형적인 관리형 조기 유학생. 지난해 유학원을 통해 미국에 와 몇몇 친구들과 유학원 측이 마련해 준 가정집에 기거하고 있다. 현재 4학년인 유군은 5학년까지 마친 뒤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조기유학생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중·고등학생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초등학생, 특히 저학년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는 게 유학원과 교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교육컨설팅업체 에듀라이트 김성진 대표는 “초등학교 저학년 부모들의 유학 문의가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저학년 조기유학생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혀가 굳어지기 전’에 영어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인식이다. 뉴저지주 노우드 김경화 교육위원은 “이들 학생의 특징은 저학년 때 유학을 와 2~3년 공부한 뒤 한국에 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어린 나이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은 성격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조기유학생 문제를 연구해 온 서울대 그레이스 정(아동심리학부) 교수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부모 없이 외딴 곳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큰 충격”이라며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기 때문에 나중에 사회적으로 성공하더라도 성격·사회적응력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007년 경기침체를 전후로 급격히 줄어든 조기유학은 한국의 경기 상황이 나아지고 환율도 안정되면서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발표된 한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30세 이상 학부모 가운데 여건이 허락한다면 자녀를 다른 나라로 유학 보내고 싶다는 응답이 58.9%로 2년 전보다 10.6%포인트 상승했다.

뉴욕중앙일보= 강이종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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