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인재 1000명 데려와라” 스텔스 만든 후진타오 집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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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스창쉬 박사(오른쪽)가 최고과학기술상을 받은 뒤 후진타오 주석과 자리를 함께했다. [베이징 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 최초의 스텔스 전투기인 젠(殲)-20의 엔진 동체를 자체 기술로 생산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스창쉬(師昌緖·사창서·91) 박사가 국가최고과학기술상을 수상했다고 중국청년보가 17일 보도했다. 국가최고과학기술상은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국가주석이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과학기술상이다. 군사 부문에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군 현대화에 기여한 원로 과학자에게 최고의 예우를 한 것이다. 후 주석은 평소 스텔스 전투기 확보전의 성패는 인재 확보에 달려 있다고 밝혀왔다.

 중국과학원 원사(院士·과학기술 분야 최고 영예 칭호)인 스 박사는 젠-20을 비롯해 중국이 개발한 제트기 엔진에 쓰이는 특수합금 개발을 주도해왔다. 스 박사가 개발한 합금 재료는 내열 기능이 뛰어나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제트기에 대한 적합성 평가를 통과했다.

 항일전쟁이 한창이던 1940년대 시안(西安)의 시베이(西北)공학원을 졸업한 스 박사는 국공 내전의 포연이 가라앉기도 전인 48년 미국으로 건너가 재료공학을 공부했다.

50년 6·25전쟁 중 중국이 한반도에 파병해 미국·한국에 맞서자 미 정부는 첨단기술 유출 방지를 이유로 이듬해 9월 스 박스 등 자국에서 활동 중이던 중국인 과학 두뇌 35명의 출국을 금지했다.

중국의 첫 스텔스 전투기인 ‘젠(殲)-20’. 스창쉬 박사는 젠-20의 엔진 동체 개발에 큰 기여를 했다. [중앙포토]

스 박사는 3년간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보조 연구원 생활을 하며 귀국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인도로 우회해 귀국길을 찾기 위해 벵골 공대에 연구원 자리를 알아봤으나 무산됐다. 중국 양자만보(揚子晩報)에 따르면 스 박사와 다른 과학자들은 중국행이 막히자 당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귀국을 호소했다. 미 의회와 외교 관련 기관에 200여 통의 호소문을 보내기도 했다.

결국 55년 미·중 협의를 통해 스 박사 등 출국 금지됐던 35명에 40명을 더한 75명의 중국 과학 두뇌가 귀국길에 오를 수 있었다. 당시 스 박사의 지도교수는 ‘왜 험난한 길로 가려고 하는가. 수입도 적고 연구 여건도 좋지 않을 텐데’라며 붙잡았다고 베이징 신경보(新京報)는 전했다. 스 박사의 대답은 단호했다. “저는 중국인입니다. 조국이 일할 사람이 없어 어려운데 외면할 수 없습니다.”

 취임 이듬해인 2003년 인재 확보를 국가 과제로 내걸었던 후 주석은 2008년 1월부터 천인계획(千人計劃)에 따라 해외의 스타 과학자 등 고급 인력 1000명을 영입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중국 발전에 필요한 과학·기술·금융 등의 분야에서 최우수 두뇌 1000명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생물학자 스이궁(施一公) 박사는 미국 하워드휴스 의학연구소가 제안한 100만 달러(약 11억원)의 연구 지원비를 마다하고 귀국, 칭화(淸華)대 생명과학원 원장을 맡고 있다. 수학 분야 최고 권위의 필즈상 수상자인 야우싱퉁(丘成桐) 하버드대 교수는 2009년 칭화대 수학과학센터 주임으로 초빙됐다.

 유치 두뇌들에겐 정착보조금 100만 위안(약 1억7000만원)을 지원하고 외국에서 받던 급여도 그대로 보장했다. 주택·의료·교육뿐 아니라 배우자 취업까지 보장하는 등 인센티브가 12가지에 이른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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