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부유세 도입을” 손학규 “세금고통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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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무상복지 논란이 증세 논쟁으로 번지면서 손학규(왼쪽 얼굴) 대표와 정동영(오른쪽 얼굴) 최고위원이 충돌하는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정 최고위원이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자 손 대표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당내 차기 대선주자들이 복지 이슈를 놓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손 대표는 17일 오후 서울 관악구청에서 열린 ‘시민토론마당’에서 “우리가 책임지지 않는 사탕발림만 하는 것이 아니다”며 ‘무상복지’ 당위론을 폈다. 그러면서 “가장 쉬운 것은 세금을 때려서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을 잘살게 하자는 것인데 국민에게 세금으로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금을 무조건 부정하자는 게 아니라 제도를 보완하면 2015년까지는 특별한 증세 없이도 복지정책을 충실히 해 나갈 수 있다”는 말도 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이날 부유세 도입을 주장한 정 최고위원을 겨냥한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짜 복지라는 부분이 포퓰리즘 공격의 핵심이지만 이제 불가피하게 재원 문제, 세금 문제를 정공법으로 다뤄야 할 시점”이라며 “우리가 한나라당과 철학이 다른 정권이라는 것을 보여 주려면 ‘세금 없는 보편적 복지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정권이 부자감세의 방향으로 왔다면 보편적 복지는 부자증세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손 대표처럼 “부유세 도입은 무리”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만큼 민주당의 복지논쟁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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