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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습관·공부방법 바로잡으니 성적 쑥쑥 올랐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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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재수생활을 극복하고 명문대에 입성한 채혜숙(왼쪽)·한국인씨. [김진원 기자]

올해는 수능이 어려워지면서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낸 수험생들이 일찌감치 재수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한번 실패했다고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다. 지난해 대학입시에서 낙방의 고배를 맛봤지만, 굳은 결심으로 재도약한 학생들이 있다. 이들은 기숙학원에서 생활하며 명문대 합격의 꿈을 이뤄냈다. 성적이 향상된 건 물론이고, 지난해엔 원서를 접수할 엄두도 낼 수 없었던 대학에 당당히 합격했다.

글=최석호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기상부터 취침까지 철저한 생활 관리

한국인(20·울산 남창고 졸)씨는 지난해 입시에서 건국대와 경기대 등 10개 대학에 지원했지만 모두 낙방했다. 추가합격까지 실패하자 울며 겨자먹기로 재수생활을 선택했다. 그가 기숙학원을 택한 건 ‘의지가 부족해서 누군가의 관리가 없이는 공부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문제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기숙학원은 오전 6시 30분 기상 때부터 자정 무렵 잠자리에 들 때까지 모든 생활을 관리해 주기 때문에 제게는 큰 도움이 됐죠. 환경적으로 어떤 유혹도 없기 때문에 공부 말고는 할 게 없어요.” 오후 6시부터 11시 30분까지 이어지는 야간자율학습을 활용하면서 혼자 공부하는 습관도 들었다. 사회탐구는 그날 배운 분량을 그날 복습하며 실력을 쌓았다.

고등학교 때도 학교에서 오후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했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잡담하느라 하루 2시간여밖에 공부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굳은 결심을 한 학생들이 모여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3배 가까이 늘었다.

“성적은 공부시간에 비례한다”는 게 재수생활 동안 그가 깨우친 진리다. 취약과목이었던 외국어영역은 문제를 풀면서 어려운 단어를 정리했다. 식사시간과 점호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암기했다. 그는 “밥 먹을 때 단어장이 없는 학생은 식당 출입이 안 됐다”며 “처음에는 귀찮았지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습관이 들면서 하루에 40~50개의 영어단어를 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한군은 올 수능에서 언어·수리·외국어 1등급을 받아 수시 2차 일반전형으로 고려대 경영학과에 우선선발됐다. “처음 재수를 시작할 때는 누구나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마음먹지만, 점차 풀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여름에 상당수 학생이 슬럼프를 겪는 것도 그런 이유죠. 어차피 재수를 결심했다면 항상 초심을 떠올리면서 자신의 하루를 반성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신을 채찍질하며 철저히 생활관리를 해야 1년 뒤 웃을 수 있거든요.”

수리영역 개념·공식 익힌 뒤 문제풀이

올해 연세대 기계공학과에 수시 합격한 채혜숙(20·인천 작전고 졸)씨. 그는 지난해 5등급이었던 수리영역 성적을 10개월여 동안 1등급으로 끌어올렸다. “학원에서 나눠주는 트레이닝복을 입으면서 눈물을 흘렸어요. 그러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수리영역은 확실히 다지겠다’는 다짐을 했죠.” 이후 문제풀이만 반복했던 고3 시절 공부방법을 바꿨다. 그날 학원에서 배운 부분의 개념과 공식을 외운 뒤 문제풀이를 통해 복습했다. 수능 기출문제 모음과 문제집 2~3권을 구입해 진도 나간 부분의 문제를 40~50개씩 풀었다.

“그날 배운 것을 그날 복습하면 강의내용이 선명히 떠오르기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고, 특정 부분의 문제를 40~50개씩 풀다 보면 출제 가능한 문제유형을 파악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재수시작 후 4개월 만에 치른 6월 평가원 모의고사부터 줄곧 1등급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채씨는 지난해 3등급과 2등급을 받았던 지구과학Ⅰ·Ⅱ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6·9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는 모두 1등급을 받았지만, 실제 수능에선 점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점수가 잘 나오니까 소홀하게 됐던 게 원인이죠. 재수 때는 수능 직전까지 개념서와 필기내용을 암기하며 문제풀이를 병행했어요. 재수생들은 한 번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잘못된 공부습관만 바꾸면 충분히 점수를 올릴 수 있습니다.”

매번 모의고사를 치른 뒤엔 시험 전반에 대한 반성문을 적었다. 틀린 문제는 원인을 분석했고, 따로 노트를 만들어 틀린 문제와 관련된 내용을 정리했다. 또 ‘점심 식사 후 공부시간이 부족했다’는 식으로 생활태도에 대한 문제점도 스스로 지적했다. 그는 “주기적으로 학습과 생활전반을 평가하면서 각오를 다지다 보니 슬럼프가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10개월 동안 열심히만 하면 고3 때는 상상할 수 없었던 성적이 나와요. 저도 지난해엔 ‘연세대 학생이 될 수 있다’는 건 꿈도 못 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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