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신상린] 2011년 중국경제를 향한 우려 ② - 빈부격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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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과 연초가 되면 나라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많은 전망들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지난 2010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며 ‘G2’ 혹은 ‘국제 깡패(Global Gangster)’ 라는 신조어를 얻은 중국과 중국경제에 관한 전망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이런 류의 전망들은 대개 정부와 유관 기관, 국제 혹은 국책 연구소, 혹은 학계 등의 의견을 반영하기 마련으로, 각각의 단체들의 소속과 이해관계에 따라, 각각의 경제지표들의 산출상수와 변수가 차이를 보임은 물론, 같은 자료에 대한 해석과 분석 역시 달라지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2011년 중국과 중국경제 전망 자료의 홍수 속에서 정확도를 기준으로 옥석을 가려내는 것보다는 다양한 전망들에 대한 종합적이면서도 통찰력 있는 해석을 통해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이에 2011년 중국경제를 향한 다양한 전망들 중 우려의 목소리들을 주제별로 다뤄보고자 한다. 두 번째 주제로는 심각의 수준을 넘어 한계를 ‘뛰어넘은’ 중국의 빈부격차에 대한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들을 살펴보았다.

지난 9일 열린 2011년 제일재경상해포동신년포럼에서 상화이청(项怀诚) 전 중국 재정부(财政部) 부장은 “소비 균형 부족과 빈부격차의 심화는 중국의 향후 경제발전에 있어 가장 큰 위험 요소.” 라며, “여기에 물가불안이 더해질 경우 예상 밖의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록 현직을 떠나있다고 해도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던 그가 직접적으로 빈부격차의 문제점과 위험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왜냐하면, 그가 언급한 예상 밖의 문제들에는 체제 위협과 정치 불안이 포함된다는 것을 감지하지 못할 이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 달 15일 중국사회과학원은 2011년 사회청서 발간을 통해 중국의 지니계수(Gini’s coefficient:소득이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되는가를 나타내는 소득분배의 불균형 수치)가 이미 0.5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을 가지는데, 값이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낮다는 것을 뜻한다. 보통 0.4가 넘으면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가 심한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중국의 0.5라는 수치는 사회 혼란 야기 수준으로 여겨진다. 전 세계적으로 지니계수가 0.5를 넘는 국가는 20여 개가 되지 않는다. 수치의 심각성보다도 이것이 ‘차이나 브레인’ 이라 불리는 관영 싱크탱크 중국사회과학원의 발표 자료라는 점이 더욱 충격적이다. 본 보고서의 책임발행인인 첸광(陳光) 부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빈부격차가 “‘아주 위험한 사회문제’가 되었고,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빈부격차는 크게 도시 내, 도시와 농촌(Urban and rural), 동부와 중서부 등으로 구분될 수 있다. 이 중 서부대개발 계획, 올해부터 시작되는 12차 5개년 계획 등과 같은 다양한 개발 정책을 통해 동부와 중서부의 격차, 도시와 농촌의 격차는 줄어들고 있고 더욱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나 정작 도시 내 빈부격차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4년제 대학 졸업생들의 평균 월급과 물가 수준의 대비를 통해 증명할 수 있다. 취업정보 제공업체 즈롄자오핀(智聯招聘)이 지난 달 발간한 2010년 졸업생월급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전역 4,367개 기업의 작년 월평균 임금이 2,321위안(170 기준율, 약 40만원)이었다. 상하이 시내 소형 아파트(81㎡ 이하)의 평균 월 임대료가 1,920위안(약 33만원)이라는 조사 결과가 이에 더해지면 도시 내 빈부격차 해소가 얼마나 오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2010년 12월 포브스 중문판에 실린 중국개인재산백서에 따르면, 중국 내 천만장자가 29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지난 11일 상류층 정보 조사 기관인 후룬바이푸(胡潤百富)가 중국 1천만 위안 이상 재산 보유자 4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연간 소비액이 평균 190만 위안(약 3억 2천 만원)으로 집계됐다. 오늘 새벽, 중국 상하이의 필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앞에는 지하철역까지 손님을 태우기 위해 길게 늘어선 헤이처(黑车)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필자를 태운 기사가 하루 종일 추위와 싸워가며 버는 돈은 35위안(5950원)이었다.

복단대학 관리학원 중국마케팅센터 수석연구원 신상린(sangrins@usc.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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