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방암 진단기술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유방암은 발생률이 높은 데다 증식 속도도 빠르다. 미국의 경우, 암 발생 통계를 집계한 1975년 이후 유방암이 증가율 면에서 줄곧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발생률이 여성암 중 2위, 남녀 전체에서 6위를 차지할 만큼 환자가 많다. 다행히 유방암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5년 생존율이 90%까지 올랐다. 암 진단기술과 치료수준이 향상된 게 주효했다.

특정 유전자(HER2) 양성이면 치료법 달라

유방암을 적절히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검사가 선행돼야 한다. [로슈 제공]

유방암도 특성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20~30%는 특정 종양유전자 HER2(허투)가 과도하게 발현돼 나타난다. 정상세포에도 있었던 유전자가 어떤 이유로 수용체가 증가해 암세포를 자극한다. HER2로 암세포가 성장하고 확산이 촉진되는 것이다.

 이렇게 HER2에 양성반응을 보인 유방암은 다른 유방암에 비해 예후가 좋지 않아, 재발률과 사망률이 높다.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는 5년 생존율도 절반으로 낮다.

 HER2 양성일 경우, 다른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오직 HER2 유전자의 활성화만 차단하는 표적치료제(허셉틴)를 쓴다. 대단위 다국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HER2 양성 유방암 환자가 허셉틴을 복용하면 수술 후 재발률이 50% 감소하며 생존율도 30~40% 향상된다.

진단 잘못되면 치료 기회 놓칠 수도

유방암 환자의 치료 성적을 높이려면 HER2 양성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진단이 중요하다. 표적 치료제가 잘 들을 환자인지 아닌지를 잘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진단이 정확하지 않으면 HER2 표적 항암제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가 기회를 놓치고 암을 키우게 된다. 반대로 받지 않아도 될 치료를 받아 건강을 해치거나, 시간과 비용을 낭비할 수도 있다.

 현재 유방암으로 확진된 모든 환자는 HER2 검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는 임상암학회지에 현재 표준으로 사용되는 유방암 진단법인 IHC(면역조직 화학염색법) 결과가 최대 20%까지 부정확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IHC와 함께 차세대 검사법인 SISH(Silver In Situ Hybridization, 은제자리부합법)를 병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호주는 모든 유방암 환자에 대해 SISH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SISH는 기존에 수작업으로 하던 검사를 ‘자동화’시켜 발생 가능한 오류를 최소화한게 특징이다. HER2 양성 여부를 보다 정확히 선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유방암 유전자 HER2 검사법 SISH를 지난해 7월 신의료기술로 고시했다. 복지부는 “SISH는 환자의 예후 예측과 치료 방향을 선택하는 데 있어 안전성과 유효성의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공경엽 교수는 “이전 검사법은 유전자에 형광물질을 이용해 HER2 증폭을 찾았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판독하기도 어려웠다”면서 “시스템이 전자동화된 SISH는 검사 결과가 빠른 시간에 정확하게 나온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