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0 펀드 평가] 동남아 펀드 글로벌 악재 넘어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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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럭셔리·원자재.

 지난해 해외 주식형 펀드의 키워드다. 이런 펀드가 고수익을 냈다. 원동력은 경기회복세와 전 세계에 풀린 유동성이다. 넘치는 돈이 신흥국 주식 시장과 원자재 시장 등으로 이동하면서 이들 펀드 투자자의 주머니를 불려줬다.

 사실 지난해 해외 펀드의 전반적인 성과는 국내 펀드에 훨씬 못 미쳤다. 해외 주식형 펀드의 지난해 연간 평균 수익률은 8.8%로 국내 주식형 펀드(21%)에 한참 처졌다. 남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 등으로 각국 주식 시장이 출렁인 탓이다.

 그 와중에 동남아와 럭셔리 펀드는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 1위는 미래에셋맵스의 ‘아세안셀렉트Q’(53.7%)였다. 태국(비중 29.8%)과 싱가포르(23.3%), 말레이시아(22.3%), 인도네시아(8.1%), 필리핀(8%) 등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지난해 전 세계에 흘러넘친 돈이 동남아에도 넘쳐 들면서 이 지역 주가지수를 끌어올렸다. 태국 지수는 지난 한 해 동안 40.6%, 말레이시아 증시는 19.3% 상승했다.

 신흥국의 힘은 럭셔리 펀드의 성과에도 영향을 줬다. 아시아 신흥국 고액자산가가 명품 소비에 나서면서 명품 브랜드의 매출이 늘었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소비가 살아난 영향이 컸다. 한국운용의 ‘한국투자럭셔리1’(44.6%)과 우리자산운용의 ‘우리 글로벌 럭셔리1’(41.8%) 등이 해외 주식형 펀드 전체 수익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원자재 가격은 뜀박질했다. 지난해 팔라듐이 96.5% 오른 것을 비롯해 금과 구리 등도 40%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달러 약세와 인플레이션 등에 대비하는 수요에, ‘상승에 돈을 거는’ 투기까지 몰린 까닭이다.

 신한금융투자 김종철 연구원은 “달러화 약세로 인해 올 상반기에는 원자재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증권 김용희 펀드리서치팀장은 “유가 상승의 혜택을 본다는 점에서 러시아 펀드가 올해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릭스(BRICs) 펀드는 지역별 차이가 컸다. 유가가 오르면서 러시아(25.1%) 펀드는 하반기 이후 수익률이 상승 곡선을 그렸다. 상반기에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됐던 인도 펀드(19.3%)도 괜찮았다. 그러나 브라질(7.2%)은 평균에 못 미쳤고, 1년 내내 ‘긴축’이라는 망령에 시달린 중국(3.8%) 펀드는 바닥을 기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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